지방환자 ‘서울 원정진료’ 러시…사회경제적비용 연간 1조 7480억원
76.8%는 진료비…교통·숙박 등 비의료 비용도 가중
국민 81.2% “수도권-지역 의료격차 심각” 평가
상급종합병원 관내 이용률 서울 95.5%·대구 90%
부산·인천 70%대…상급종합병원 없는 경북·제주
지방 국립대병원 의사수 ‘빅5’ 26% 불과·의료장비 열악
한 지역 국립대병원에서 이동하는 의료진과 대기하는 환자들. 연합뉴스
허종식 의원실 제공
지방 환자들이 서울 상급종합병원으로 원정 진료를 받으면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1조 7000억 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국립대병원의 의료 인력과 의료 장비 등 인프라가 서울에 소재한 대형병원보다 열악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지방 환자들의 ‘서울 쏠림’을 해소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근본적인 의료체계 대수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갑)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81.2%가 수도권과 지역 간 의료격차가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비수도권 환자가 지역 국립대병원 대신 서울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면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순비용은 연간 약 1조 748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번 분석은 2023년 1월부터 12월까지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관별 진료실적 청구 건을 기준으로 산출됐다.
항목별로는 보건의료체계 비용(진료비 격차)이 1조 3416억 원으로 전체의 76.8%를 차지했다. 환자 및 보호자의 이동 거리 증가로 인한 교통비·숙박비 등 비의료적 비용도 전체의 23.2%인 약 4063억 원에 달하는 등 거리가 멀어질수록 추가적인 경제적 부담이 급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로 권역별 서울 상급병원 이용 환자 규모를 보면 수도권·강원권을 제외하고도 △경상권(입원 5만 9897명, 외래 32만 2151명) △충청권(입원 4만 7201명, 외래 29만 1802명) △전라권(입원 3만 3241명, 외래 18만 1104명), 제주권(입원 6213명, 외래 3만 821명) 등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환자들이 서울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지방 환자의 서울 원정 진료가 끊이지 않는 근본 원인은 지역별 의료 접근성과 국립대병원의 역량 한계에 있다는 지적이다.
허종식 국회의원. 허종식 의원실 제공
주요 시·도별 상급종합병원 관내 이용률을 보면 서울(95.53%)과 대구(90.00%) 2곳만 90%대에 달했다. 상급종합병원이 아예 없는 경북도와 제주특별자치도는 관내 이용율이 0.00%에 그쳤고, 다음으로 전남(25.39%), 충북(42.83%), 부산(70.63%), 인천(73.80%) 순으로 지역 상급종합병원 관내 의료이용률이 저조했다. 특히 고위험 분만, 신생아실, 암, 심장·뇌혈관 질환 등 주요 필수의료 질환의 경우 경북·전남·세종·충남 등의 관내 이용률이 현저히 낮아 환자들이 타지역으로 밀려나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지역 거점 역할을 해야 할 지방 국립대병원은 서울 소재 5대 초대형 상급종합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대학교병원·세브란스병원·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인 ‘빅5 병원’과 비교해 턱없이 열악했다.
지방 국립대병원의 기관당 평균 병상 수는 922.3개, 의사 수는 331.2명으로 빅5 병원의 2109.4개, 1272.6명에 비해 각각 43.7%, 26.0% 수준에 불과했다. 병상당 의사 수도 지방 국립대병원은 0.36명으로 빅5 병원(0.60명)의 60% 수준에 머물렀다. 특수의료장비 노후화율(10년 이상 장비 비율)도 심각한 수준이다. 유방촬영기 및 CT(컴퓨터 단층촬영) 장비 노후화율은 국립대병원이 각각 37.1%, 33.3%로, 빅5 병원(각각 4.3%, 22.6%)과 차이를 보였다.
허종식 의원은 “정부는 국립대병원의 소관부처를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는 것을 계기로, 국립대병원의 기능을 필수의료 중심으로 재정렬하는 동시에 전문 인력 확보와 장비 현대화를 위한 전폭적인 지원으로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