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에이엑스… 수개월 걸린 ‘선형 설계’ 하루 만에 뚝딱 [마린 유니콘]
⑬ 마린에이엑스
AI 기반 조선해양 엔지니어링 솔루션 플랫폼 ‘맥스헐’ 공개
4000척 선형 데이터와 1만2000건 전산유체역학 데이터 활용
AI가 최적의 선형을 정밀하게 추정해 3차원 형상 2차원 도면 생성
AI 기반의 선박 선형설계 원스톱 플랫폼인 마린에이엑스의 맥스헐. 마린에이엑스 제공
선박 건조의 첫 단추는 배의 모양, 즉 ‘선형(Hull Form)’을 결정하는 일이다. 배의 외형은 단순한 심미적 요소를 넘어 운송 화물의 종류와 운항 안전성, 그리고 연비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이 때문에 조선소는 선주의 요구 조건을 충족하면서도 운항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선형을 찾아내야 한다.
하지만 최적의 선형을 도출하는 과정은 고된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도면을 수천 번 수정하고, 유체 흐름을 시뮬레이션하는 전산유체역학(CFD) 계산을 2000~3000회씩 반복해야 한다. 배의 외형이 완성된 뒤에야 비로소 효율성을 검증할 수 있어, 통상 수개월의 시간과 막대한 전문 인력이 투입된다.
이처럼 길게는 수개월씩 걸리던 선형 설계 기간을 단 하루로 단축한 해양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선박저항성능연구실 연구진과 미국선급협회(ABS) 출신 전문가 4명이 지난 9월 설립한 ‘마린에이엑스(MarinAX)’다. 마린에이엑스는 지난달 부산 해운대센텀호텔에서 조선·해양 특화 AI 통합 엔지니어링 솔루션인 ‘맥스헐(MAX-Hull)’을 공개했다. AI기반 플랫폼인 맥스헐은 한 달 이상 소요되던 선박 외형 설계와 유체역학 검증을 단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
맥스헐의 핵심 경쟁력은 4000척의 선형 데이터와 1만 2000건에 달하는 CFD(전산유체역학) 빅데이터에 있다. CFD란 선박이 바다를 항해할 때 일어나는 유체역학적 상호작용을 수학 방정식과 컴퓨터 수치해석으로 풀어내는 시뮬레이션 기법이다. 복잡한 물리 방정식을 매번 처음부터 계산하는 대신, 방대한 데이터를 사전 학습한 AI가 선체 압력 분포와 저항·추진 성능을 수십 초 만에 정밀하게 추정한다. 선주가 원하는 제원과 선박의 모양을 입력하면, AI가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최적의 선형을 역추적해 3차원 형상과 2차원 설계 도면을 즉시 생성해 내는 구조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산업 현장을 거쳐 부산대 교수를 지낸 황보승면 마린에이엑스 대표는 40년 넘게 선박 저항과 선형 설계 연구에만 매진해 온 베테랑이다. 맥스헐의 기반이 된 수천 건의 정밀 데이터 역시 그의 오랜 현장 노하우와 연구 자산이 녹아든 결과물이다.
황보 대표는 “대형 조선소들은 당장 닥친 설계와 수주 물량을 처리하느라 최종 채택된 1개 안 외에 수천 건에 달하는 유동 해석 결과 데이터를 버리기 일쑤였다”며 “이 귀중한 데이터를 AI 학습용 빅데이터로 살려보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고, 지난 40년간 머릿속에 축적된 우수 선형의 특성과 지식을 체계적으로 수식화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마린에이엑스는 국내 주요 대형 조선소들을 찾아 기술을 소개하고 실무 현장 검증(PoC) 및 데모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설계자가 일상 언어로 지시하면 도면 생성부터 성능 평가, 보고서 작성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대화형 AI 어시스턴트의 정밀도를 한층 고도화하고 있다.
마린에이엑스는 배의 겉모양 설계를 넘어 뼈대를 세우는 구조 설계와 내부 배관·엔진룸 배치까지 선박 설계 전 과정을 AI 하나로 통합할 계획이다. 황보 대표는 “배를 짓는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공정을 AI로 자동화해 한국 조선업의 설계 생산성과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