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기의 미술 미학 이야기] 미국은 왜 저 자리에 앉아 있는가 - 방정아 ‘미국, 그의 한결같은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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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아, 미국, 그의 한결같은 태도(2021). 작가 제공 방정아, 미국, 그의 한결같은 태도(2021). 작가 제공

커다란 바위산 한가운데 상의를 벗고 속옷만 걸친 한 노인이 앉아 있다. 주변에는 여성들이 서거나 앉아 있다. 뒤로는 바다가 펼쳐지고, 하늘은 붉은빛과 주황빛이 뒤섞여 묘한 불안감을 자아낸다. 얼핏 보면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의 인공 정원 같다.

그런데 제목을 보는 순간 풍경은 달라진다. ‘올해의 작가상 2021’ 후원 작가로 선정된 방정아의 출품작 ‘미국, 그의 한결같은 태도’다.

노인은 로마 신화의 주피터, 곧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를 연상시킨다.

번개를 든 위엄 있는 신들의 왕이 아니라, 석가산 같은 인공 바위 위에 어정쩡하게 걸터앉아 있다. 제우스가 맨 전투 배낭은 그의 신화적 위엄을 군사적 현실의 이미지로 바꾸어놓는다. ‘주피터’라는 이름 뒤에는 부산항 8부두에 주한미군이 배치한 생물학 방어 프로그램 ‘주피터(JUPITR) 프로젝트’가 있다. 주피터라는 군사 프로그램은 신화 속 주피터가 되고 방정아의 화면에서 다시 늙은 제우스가 된다.

여기서 방정아 특유의 풍자가 시작된다. 너무 곁에 있어서 마침내 풍경으로 보일 때, 권력은 오히려 더 잘 보이지 않는다.

브레히트의 ‘생소화 효과’가 익숙한 현실을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보게 하듯, 방정아는 일상의 풍경 속에 숨어 있던 권력의 관계를 다시 드러낸다. 한편 전경의 두 여성에게서 보이는 불안정한 선과 어색한 몸짓은 평온해 보이는 풍경에 묘한 불편함을 더 한다.

작품 제목의 ‘한결같은 태도’도 묘한 반어다. 여기서 ‘한결같다’는 변하지 않는 마음과 신뢰가 아니라, 오래 지속되어 온 힘의 관계를 가리킨다.

이 그림에서 방정아는 미국의 군사적 힘이 부산 시민의 일상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는 현실을 그려낸다. 사람들은 앉아 있고, 기다리고, 바라보거나 외면하는 등 각자 다른 행동을 한다. 그러나 조금 오래 바라보면 익숙한 장면과 평범한 풍경 속에 숨어 있던 권력이 모습을 드러낸다.

방정아는 2005년 작품 ‘분위기 파악 못하는 박정희씨’를 올해 제2회 부마미술제에 출품했다.

방정아는 권력과 정면으로 맞서기보다 그것을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데려다 놓는다. ‘분위기 파악 못하는 박정희씨’에서는 과거의 권력자가 거대한 공간 속에 작고 어색하게 서 있고, ‘미국, 그의 한결같은 태도’에서는 현대의 제우스가 공원의 석가산 위에 앉아 있다.

이로써 방정아는 오래 보아 익숙해진 것을 다시 낯설게 만든다. 방정아의 그림 속 주피터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다. 그러나 그림을 보고 난 뒤에는 그 풍경이 더 이상 아무 일도 없는 풍경으로 보이지 않는다. 방정아의 그림은 바로 거기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묻는다. 왜 그는 아직도 저 자리에 앉아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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