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정 빠듯한 사용후핵연료 처리 로드맵, 종합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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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식·조밀시설 지연 땐 원전 운영 부담
고리 2호 등 철저한 대응 계획 수립을

한울원전 전경(경북 울진군 북면 소재). 부산일보DB 한울원전 전경(경북 울진군 북면 소재). 부산일보DB

원자력발전은 최근 증가한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할 에너지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원자력발전 수요 증가는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소에서 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한 뒤 배출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는 핵 종류에 따라 반감기만 수 만년 가량 소요된다. 무탄소 전력원인 원자력발전의 성패는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처리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국내 원전의 사용후핵연료를 적절하게 처리할 관련 로드맵 일정이 빠듯해 동남권 등 원전 인접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감사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박해철 국회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습식저장률은 고리 93.4%, 한빛 86.0%, 한울 75.4%로 나타났다. 사용후핵연료 영구 처분시설이 없는 우리나라는 사용후핵연료를 발전소 내 습식저장조, 건식저장시설로 옮겨 저장하는 수순을 추진 중이다. 한빛원전의 경우 습식저장조 포화 예상 시점과 건식저장시설 운영 목표는 모두 2030년이며, 한울원전은 두 일정의 목표가 모두 2031년으로 제시됐다. 건식저장시설 설치가 지연되면 습식저장조 운영에 큰 부담을 줄 우려가 높다.

특히 부산, 울산, 경남 등 동남권에 밀집한 고리원전 2호기의 경우 습식저장조 포화 전망 시점은 보관 간격을 줄이는 조밀저장대 설치 완료를 전제로 할 때 2032년으로 건식저장시설의 운영 목표인 2031년 대비 1년 정도 여유가 있다. 하지만 조밀저장대가 설치되지 않을 경우 포화 예상 시점은 2028년으로 앞당겨진다. 조밀저장대 설치가 당초 일정에 따라 추진되지 않을 경우 최대 3년 동안 사용후핵연료 저장 여력 확보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밀저장대 설치 일정과 건식저장시설 건설 일정을 연계해 꼼꼼하게 관리하고 예상 가능한 모든 지연 시나리오에 따른 철저한 대응 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고리 2호기는 2023년 4월 설계수명이 만료됐지만 지난해 원안위의 계속 운전 승인에 따라 올해 4월 발전을 재개했다. 설계수명이 각각 2024년과 2025년 만료된 고리3호기와 4호기도 수명 연장 심사를 추진 중이지만 현재 환경단체 등은 계속 운전에 극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노후화된 고리원전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영구 방폐장이 늦어질 경우 원전 부지 자체가 ‘영구 방폐장화’될 것도 우려하고 있다. 한수원 등은 사용후핵연료 보관 대책과 포화에 대비한 진행 상황을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것은 물론 영구 방폐장 건립을 한층 신속하게 추진해 주민 불안감을 누그러뜨리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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