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기초지자체 재정난, 주민 생활환경 개선 어떡하나
복지예산 등 빼면 재량 지출 여력 모자라
세출 조정 외에 재원 추가 확보 병행돼야
지난 11일 오전 부산 사하구 하단동 낙동대로 516번길 일대. 좁은 이면도로에 설치된 전신주와 주차 차량이 시민들과 차량 이동을 방해해 사고 위험이 우려된다. 인근 동아대학교 승학캠퍼스와 부산여자고등학교 재학생 안전을 위해 전선 지중화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사하구청 예산 부족으로 사업이 시작되지 못한 상태다. 김재량 기자 ryang@
부산지역 기초지자체들이 주민 생활환경 개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업에 줄줄이 제동이 걸릴 위기에 놓였다. 기초지자체들의 열악한 재정 상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상당 부분 국비나 시비와 매칭되는 형태로 진행되는 주민 생활환경 개선 사업조차 추진이 어려울 지경에 이른 것은 그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하겠다. 이 같은 기초지자체 재정 악화는 빈약한 재정자립도에서 비롯된 측면이 많다. 문제는 지자체마다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 추세가 심화하면서 재정자립도 개선을 바라기 어렵다는 데 있다. 세출 조정과 함께 장기적으로 기존 세금 중 지방세로 돌릴 수 있는 여지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부산 사하구는 동아대와 부산여고 일대 약 600m 구간 통학로의 위험 요소인 전신주를 지중화하는 사업 추진에 애로를 겪고 있다. 지난해 산업부의 그린뉴딜 공모에 선정된 이 사업은 전체 사업비의 30%를 사하구가 부담하는 매칭 형식이지만 20억 원의 구비 마련이 안 돼 착공을 못한 상태다. 이미 재정 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는 부산 남구에서는 자원 순환 프로젝트인 백운포 선별장 지하화 사업 지속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부산시 정책 공모 사업에 선정된 해당 사업도 계속 진행하기 위해서는 시비에다 내년 40억 원의 구비를 추가 매칭해야 하지만 예산이 모자라 지방채 발행을 검토해야 할 판이다.
이들 기초지자체가 자체 예산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사업들은 대부분 주민 생활환경 개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업들이다. 해당 사업에 지출되는 예산은 상대적으로 조정 가능한 ‘재량 지출’로 분류된다. 기초연금이나 노인돌봄, 장애인 복지 등과 관련한 복지예산은 ‘의무 지출’에 해당돼 줄이기가 어렵기에 재량 지출 사업 예산 마련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올해 예산 기준 부산지역 16개 구군 중 재정자립도가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이 13곳에 달할 정도로 기초지자체의 재정 환경은 열악한 상태다. 심지어 하위 2곳은 10%에도 미치지 못해 ‘모라토리엄’ 선언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 생활 밀접 사업조차 진행하기 어려운 지경이라면 해당 지자체는 세출 조정부터 시급히 해야 할 터이다. 부산시나 정부 예산과 매칭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 매칭률의 단계적 완화나 선지원 사후정산 방식 도입 요구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만으로는 재정 악화로 인한 사업 차질을 막아내기에 역부족이다. 결국 근본적으로는 기초지자체의 재원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법이 병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꾸준히 거론돼 온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의 세율 인상과 규모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초과 세수 용처를 놓고 정부가 배부른 고민을 하는 나라에서 지자체만 재정 악화로 골병을 앓아서야 될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