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특허 등록 불만으로 연쇄방화한 70대에 구속영장 신청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건물 두 곳에서 연달아 방화한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 A 씨. 연합뉴스
경찰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빌딩 두 곳에 불을 질러 시민들을 다치게 한 70대 남성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현존건조물방화치상 혐의로 체포한 A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 씨는 전날 오전 신명빌딩 3층과 한양빌딩 4층에 잇따라 불을 질러 19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 중 변리사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에 이송돼 치료받고 있다.
방화 피해자를 조사하던 경찰은 "A 씨가 방화를 실행하기 전 특허 법인 사무실에서 마주친 직원에게 상표·디자인 업무를 담당하는 부장급 직원 B 씨의 이름을 대며 그가 어디서 근무하는지 물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들었다.
직원으로부터 "B 씨가 누군지 모른다. 알아봐 줄 수 있다"는 답을 듣자 "필요 없다"고 답한 뒤 곧장 사무실 입구에 인화물질을 뿌렸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A 씨가 거주하던 집주인은 "(A 씨가 방화 당일) 집을 나서면서 '사기 친 놈 가만 안 둘 거다'라며 복수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의 현장 합동 감식에서는 A 씨가 2차 방화 지점인 한양빌딩 4층 특허 법인 사무실 출입구 앞 바닥에 인화성 액체를 뿌려 불을 낸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확보됐다.
1차 방화 지점인 신명빌딩 3층에서도 특허 법인 사무실 출입구 바닥에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해 A 씨가 특정인에 대한 살인의 의도를 갖고 있었다는 증거가 추가로 확보되면 살인미수 혐의를 추가할 방침이다.
한편 A 씨는 2022년에도 이번 범행 현장들을 찾아가 특허 등록 관련 불만을 토로하고, B 씨 등 직원들에게 휘발유를 뿌리며 협박하다 구속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해당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변리사에 따르면 A 씨는 4년 전 방화 시도 당시 특허 법인이 제공할 수 없는 '종이 등록증'을 달라고 요구했고,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택 벽에 특허 등록증을 걸어두는 등 '실물 등록증'에 집착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앞선 방화 시도로 구속된 이후에도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며 앙심을 품었고, 출소한 뒤에는 전날 불을 낸 특허 법인 중 한 곳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사건을 접수한 서울 강서경찰서는 혐의가 없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으나 A 씨는 의심을 지우지 못하고 방화를 계획했다.
범행 한 달 전 집주인에게 연락해 '20일(범행 당일)에 맞춰 주거지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범행 5일 전에는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방문해 휴대전화 해지 방법을 문의했고, 그 다음날에는 주거지 인근에서 플라스틱 말통 2개와 라이터, 인화 물질을 구입하는 등 범행을 준비했다.
경찰은 A 씨가 불을 지른 뒤 동대문 한 식당에서 소주를 마시며 식사한 정황을 포착하고 방화 이후 행적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