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강점 살려 하모니 만드는 것이 리더의 역할”
19기 부산일보CEO아카데미
서희태 지휘자 ‘리더십’ 강연
개성 살리고 조화 이끌어야
“실력 있는 연주자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좋은 하모니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 20일 부산롯데호텔 41층 사파이어룸에서 열린 제19기 부산일보CEO아카데미에서 서희태 지휘자가 ‘마에스트로의 리더십과 진정한 리더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했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 강마에의 롤모델로도 알려진 서 지휘자는 KNN방송교향악단을 이끌고 있다.
서 지휘자는 “미래의 기업은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같은 조직을 닮아갈 것”이라는 피터 드러커의 말을 소개하며 오케스트라가 부가가치를 갖는 네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실력과 열정을 갖춘 연주자, 최고의 하모니, 악기 하나하나의 개성, 그리고 최고의 지휘자다.
그는 두 바이올리니스트가 비발디의 ‘겨울’을 클래식과 팝 재즈 스타일로 각각 연주한 영상을 들려줬다.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성이지만, 오케스트라 안에서는 각자의 개성을 공동의 음악적 방향 안에서 조화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연의 중심 내용은 ‘배려의 리더십’이었다. 서 지휘자는 1991년 오스트리아 유학 시절 빈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존경하던 지휘자 주빈 메타를 복도에서 만난 일화를 꺼냈다. 메타는 공손히 인사하는 청년에게 커피를 함께 마시자고 했다. 그러고는 예술가에게는 자신감과 자존감이 필요한데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며 “내가 네 친구가 될 거야”라고 격려했다. 수줍음 많고 소극적이던 서 지휘자는 그날 이후 달라졌다고 돌아봤다. 몇 년 전 서울에서 다시 만났을 때 메타는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 서 지휘자는 “배려해 준 쪽은 까맣게 잊었지만 받은 사람은 잊을 수 없었다”며 “진정한 배려는 피드백을 원하지 않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대 사례로는 이탈리아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를 들었다. 라 스칼라 극장에서 19년간 음악감독을 지낸 무티는 2005년 단원 대부분이 서명한 편지를 받고 사임했다. 단원들은 ‘당신은 우리를 파트너가 아닌 악기로 사용한다. 우리의 음악하는 기쁨을 빼앗아 간다’며 사임을 요구했다. 관객의 시선이 지휘자에게 쏠려야 한다며 협연자의 즉흥 연주인 카덴차까지 금지했기 때문이다. 2010년 시카고 심포니 음악감독을 맡은 무티는 단원을 배려하는 지휘자로 달라진 모습을 보였고, 16년째 이 악단을 이끌고 있다.
서 지휘자는 “지휘자의 악기는 지휘봉이 아니라 오케스트라이고, 여러분의 악기는 직원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케스트라에서 심벌즈 연주자는 연주 중 몇 번 치지 않지만, 30년 넘게 지휘하는 동안 이를 두고 불평한 바이올린 연주자는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좋은 리더는 직원들에게 맡은 역할을 잘 설명하고 그 역할에 집중하도록 이끌어 주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소통의 방법으로는 뉴욕필하모닉 지휘자였던 레너드 번스타인의 칭찬을 제시했다. 칭찬은 구체적으로, 공개적으로, 즉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번스타인은 연주 중 눈을 맞추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 연주자를 이끌었다. 서 지휘자는 리더가 먼저 긴장을 풀어야 소통이 시작된다고 했다.
서 지휘자는 실력 있는 인재를 모으는 것만큼 이들이 함께 만들어 내는 하모니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그는 “직원들이 자기가 갖고 있는 특기를 잘 살려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며 구성원의 강점을 살리고 조화를 이끌어 낼 때 기업도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처럼 높은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