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폐교에서 논다…대세 된 ‘캠프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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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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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놀이터 된 폐교 운동장

함안 문 닫은 학교가 ‘강주학교캠프’로 변신
텐트 치고 썰매장 에어바운스 등 놀이시설도
캠핑 장비 챙겨가지 않아도 바비큐 파티까지
가족 운동회 등 다양한 놀이 프로그램 진행
캠핑에 피크닉 감성 입힌 ‘캠프닉’ 공간으로
폐교 활용하고 주민 채용 지역 경제 선순환
놀이시설 넘어 지역 관광자원으로 키워야

10월 초 경남 함안군 법수면 강주리에 폐교를 활용해 캠프닉 공간으로 꾸민 강주학교캠프에서 방문객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다. 강대한 기자 kdh@ 10월 초 경남 함안군 법수면 강주리에 폐교를 활용해 캠프닉 공간으로 꾸민 강주학교캠프에서 방문객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다. 강대한 기자 kdh@

시원한 바람이 불어 캠핑하기 좋은 가을, 캠프닉(캠핑+피크닉)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놀이·체험 프로그램을 더해 한층 진화한 캠프닉 공간이 가족 단위 여가시설로 눈길을 끌고 있다. 폐교 등 유휴공간을 체험형 시설로 탈바꿈해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지역 주민 채용과 주변 상권 소비로도 이어지면서 농촌 마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한적한 동네가 주말마다 ‘하하호호’

“아빠! 저기, 저쪽으로!” 제법 선선해진 10월의 어느 주말 낮. 경남 함안군 법수면 강주리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주민 330여 명 가운데 60대 이상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적한 농촌 마을이지만, 주말이면 가족 단위 방문객이 몰리면서 모처럼 활기가 돈다. 한때 학생들의 발길이 끊겼던 폐교가 캠핑에 놀이·체험을 즐기는 공간 ‘강주학교캠프’로 탈바꿈하면서 마을에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1만 2845㎡ 부지에는 8인용 대형텐트 7동과 4인용 텐트 10여 동이 줄지어 들어서 있었다. 운동장 한쪽에는 사계절 썰매장이, 바로 옆으로 에어바운스, 미니카레이싱장이 자리 잡았다. 먼저 도착한 아이들은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웃음꽃이 폈다. 선선한 가을 날씨에도 아이들의 옷은 어느새 땀에 젖어 있었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지켜보거나 텐트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며 그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해가 중천에 오르자 텐트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삼삼오오 모여 바비큐 파티가 시작됐다. 일반적인 캠핑에서는 버너와 불판, 고기, 쌈야채, 의자 식기류 등을 모두 스스로 준비해야 하지만 강주학교캠프에서는 몸만 와도 각종 장비·식재료를 준비해 준다. 배를 채우고 소화가 될 때쯤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조금 있다가 가족운동회를 진행하겠습니다.”

대형 밴드로 도형 만들기, 고깔모자로 눈을 가린 채 가족 찾기, 천막으로 공 높이 띄우기, 가족 줄넘기 등 혼자서 할 수 없는 단체 놀이가 잇따라 진행됐다. 부족한 실력도, 잇따른 실수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선 웃음거리로 바뀌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 무렵, 10월 테마이자 강주학교캠프의 하이라이트인 핼러윈이 시작됐다. 저마다 개성 있는 분장과 의상으로 변신한 아이들은 한껏 들뜬 표정으로 이 집 저 집을 누비며 선물보따리를 받아 들었다.

강주학교캠프는 2022년 설립돼 한 해 방문객 5000명을 보이더니 3년 후인 작년 기준 1만 7000명으로 3배를 넘겼다. 도입기·흥분기·적응기·감정회수 등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만족도를 높여 재방문율이 60~70%에 이른다. 지역 어르신(3명) 채용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강주학교캠프 박민지 대표는 “가족이 자연 속에서 뛰놀고 교류하며 ‘디지털 디톡스’를 할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10월 초 경남 함안군 법수면 강주리에 폐교를 활용해 캠프닉 공간으로 꾸민 강주학교캠프에서 방문객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다. 강대한 기자 kdh@ 10월 초 경남 함안군 법수면 강주리에 폐교를 활용해 캠프닉 공간으로 꾸민 강주학교캠프에서 방문객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다. 강대한 기자 kdh@

■텐트 치고 쉬던 캠프닉, 이제 놀이 접목

캠프닉의 형태가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텐트를 치고 자연 속에서 쉬는 데 집중하던 기존 방식에서 나아가 최근에는 놀이와 체험, 가족 간 교류까지 한자리에서 즐기는 형태로 발전했다. 별다른 준비 없이도 편리하게 야외 활동을 즐기고 다양한 체험까지 할 수 있어 새로운 가족형 여가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캠프닉은 캠핑의 야외 활동과 피크닉의 가벼운 나들이 성격을 결합한 여가 방식이다. 숙박보다는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며 여유를 즐기는 데 무게를 둔다. 숙박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도 야외 활동을 즐기려는 수요가 맞물려 당일형 여가 방식으로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캠프닉에 놀이·체험 프로그램을 결합한 형태도 등장했다. 방문객이 하루 동안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넓은 공간과 다채로운 콘텐츠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운동장과 교실 등 기존 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폐교도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경남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폐교 595곳 가운데 367곳은 매각됐고 98곳은 대부 중이다. 나머지는 자체 활용하거나 미활용 상태다. 이 가운데 상당수 폐교가 캠프닉장 등 여가·체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경남의 캠핑장도 꾸준히 늘고 있다. 도내 등록 야영장(캠핑장)은 △2022년 331곳에서 △2023년 359곳 △2024년 422곳 △2025년 453곳으로 증가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466곳으로, 2022년보다 135곳(40.8%) 늘었다.

강주학교캠프처럼 체험 콘텐츠를 더해 차별화를 꾀하는 캠핑장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남해군 설천면의 옛 설천초등학교 덕신분교는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해 4월 국립공원 야영장으로 문을 열었다. 자동차 야영장과 카라반, 글램핑 시설에 더해 실내 놀이터와 추억 교실, 업사이클 놀이터 등을 갖췄다. 노량의 역사와 환경 보전을 주제로 한 교육·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거창의 국민여가캠핑장 ‘미리내숲’은 인근 거창월성우주창의과학관과 연계해 천체 관측과 망원경 조립 등 과학 체험을 제공한다. 집라인 등 야외 활동도 즐길 수 있도록 해 캠핑에 다양한 체험 요소를 더했다.

10월 초 경남 함안군 법수면 강주리에 강주학교캠프 건물 전경. 강대한 기자 10월 초 경남 함안군 법수면 강주리에 강주학교캠프 건물 전경. 강대한 기자

■지속 가능한 관광모델로 숙제는?

새로운 캠프닉이 가족형 여가문화로 정착하려면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일단 넓은 부지와 놀이시설, 편의시설을 갖추는 데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드는 데다 시설을 조성한 뒤에도 프로그램 개발과 안전관리, 인력 운영 등에 지속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방문객이 늘더라도 시설 투자비와 운영비를 감당할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을 이어가기 어려운 구조다.

사업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운영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도 과제다. 단순히 야외 공간을 빌려주는 사업이 아니라 단체 방문객의 여정과 감정 변화에 맞춰 놀이·체험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서비스업에 가깝기 때문이다. 시설과 콘텐츠를 갖추는 것뿐 아니라 운영 매뉴얼을 표준화하고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재방문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계절·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환경을 반영한 프로그램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다.

지자체의 역할도 주목된다. 폐교는 건물과 운동장이 남아 있어 활용 가능성이 크지만 민간사업자가 부지를 확보하고 시설을 정비하는 데에는 비용과 행정적 부담이 뒤따른다. 지자체가 먼저 유휴공간을 발굴해 민간 운영자와 연결하는 방식으로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방안도 고민해야 할 때다. 투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민관 공동 운영모델을 검토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려면 방문객 유치에서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주민 일자리 창출로 연결하고 지역 숙소나 식당, 관광지까지 연계해 체류형 상품으로 확대할 수 있다면 경제효과를 더 크게 누릴 수 있다. 유휴공간을 단순한 놀이시설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의 관광 자원으로 키워낼 수 있을지가 새로운 캠프닉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관건이다.

10월 초 경남 함안군 법수면 강주리에 폐교를 활용해 캠프닉 공간으로 꾸민 강주학교캠프에서 방문객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다. 강대한 기자 kdh@ 10월 초 경남 함안군 법수면 강주리에 폐교를 활용해 캠프닉 공간으로 꾸민 강주학교캠프에서 방문객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다. 강대한 기자 kdh@
10월 초 경남 함안군 법수면 강주리에 폐교를 활용해 캠프닉 공간으로 꾸민 강주학교캠프에서 방문객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다. 강대한 기자 kdh@ 10월 초 경남 함안군 법수면 강주리에 폐교를 활용해 캠프닉 공간으로 꾸민 강주학교캠프에서 방문객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다. 강대한 기자 kdh@
경남 함안군 법수면 강주리에 강주학교캠프 건물 전경. 강주학교캠프 제공 경남 함안군 법수면 강주리에 강주학교캠프 건물 전경. 강주학교캠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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