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의 세상톡톡] 동천은 대한민국의 미래다
논설위원
부산 북항 재개발과
경부선 철도시설 이전은
대한민국 과거의 복원이기에
국가가 예산 투입해 진행
동천의 심각한 오염은
대한민국 과거에서 비롯한 것
그 복원에 국가가 나서야
비로소 새로운 미래 가능
부산의 미래를 바꾸는 대형 사업인 부산 북항 재개발과 경부선 철도시설 이전은 상당 부분 국비로 진행중이다. 이들 사업의 천문학적 비용 상당 부분을 국비로 충당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원인자 부담 원칙이 그 이유다.
원인자 부담 원칙은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원칙이다. 환경오염이나 훼손의 원인을 제공한 자가 방지와 회복, 피해구제 등의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원인자 부담 원칙이다. 항만과 철도를 환경오염이나 훼손과 직결되는 시설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도시환경의 차단 혹은 단절은 그에 버금가는 것이기에 원칙 적용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부산이라는 공간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항만이 있었고 철도의 시종착역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으로 감내해야 했던 해안 접근권 박탈과 도심 단절로 인한 비용이 엄청났기에 그 ‘복원’에 해당하는 재개발이나 시설 이전 사업에 국비를 들여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하는 것이다.
이 같은 논리 적용은 환경오염이나 훼손보다는 공간적 불이익의 회복에다 원인자 부담 원칙을 적용한 것에 가깝다 할 것이다. 반면 부산에는 항만이나 철도 시설과 달리 진짜 환경적으로 훼손 문제가 심각한 존재가 있다. 바로 동천이다. 그럼 환경오염이나 훼손의 방지와 회복, 피해구제 등의 비용 산정에서 이 동천은 원인자 부담 원칙의 열외인 것일까.
현재 동천은 부산시가 지정한 지방하천으로서 부산시 예산만으로 관리를 해야 하는 하천으로 분류돼 있다. 하천법에 의하면 지방하천은 지방의 공공이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하천을 의미한다. 부산을 가로지르는 동천이 지방하천으로 분류된다 함은 동천이 오롯이 지방의 공공이해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 뿐이라는 뜻이라 할 수 있다. 항만과 철도 시설처럼 국가 인프라가 아니니 복원 비용 부담 주체 운운할 이유조차 없어 보인다. 하지만 동천의 현재 모습이 있기까지 시대를 거슬러 조망해 보면 과연 동천이 지방의 공공이해만 밀접한 관계가 있을 뿐인 하천이라 봐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동천의 오염 역사는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강점기 매축으로 우암동과 감만동 일대에 매립지가 생기고 인근이 공업지대로 개발된 뒤 해방과 6·25전쟁의 여파로 귀환동포와 피란민이 몰려들면서 생활하수와 공장폐수의 방류가 본격화했다. 하수도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었으니 오염수가 곧장 유입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구조적인 오염이 시작된 것은 산업화가 진행되던 1960~1970년대였다. 동천 유역은 신발·고무, 섬유, 식품(제당·제분·주조), 화학공장 등이 밀집한 대한민국 제조업의 심장부로 떠올랐다. 이들 공장이 폐수를 동천에 직방류하면서 1970년대에 이미 언론에는 동천을 ‘검은 물이 흐르는 죽은 하천’으로 일컫는 기사들이 등장한다. 이 같은 상황은 1980년대를 정점으로 1990년대 공장들이 대거 폐쇄하거나 이전할 때까지 이어졌다. 대한민국 산업화 시기의 법적 미비 혹은 무관심에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이후 산업폐수는 줄었으나 물 흐름이 느린 감조하천 특성으로 인해 수십 년 동안 쌓인 오염 퇴적물이 날이 갈수록 썩어들어가는 통에 동천의 수질 회복은 엄두를 내기 힘든 상황이 됐다. 점오염원(오염 물질 배출 지점을 식별할 수 있는 오염원)인 공장이 떠나고도 비점오염원으로 인한 오염과 분류식 하수관거 완비 부재 등으로 인해 동천은 썩은 물과 악취의 상징이 됐다.
1950년대부터 이어져 온 동천의 오염 역사를 접하고도 동천을 지방하천으로만 바라보거나 동천의 복원을 지자체가 알아서 할 일로만 치부한다면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전쟁으로 인한 인구 급증과 산업화의 어두운 그늘로 발생한 구조적 오염을 원인자가 확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산시민만 고스란히 겪으라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부산시가 시작한 동천 복원 시도가 시 예산을 대거 투입하고도 제자리걸음인 현실에서 보듯 동천 복원은 그 까다로움만으로도 이미 지자체 수준을 넘는 일이다. 그동안 비점오염 저감시설 설치와 수계 분류식 하수관거 사업 등에 일부 국비가 투입되기도 했지만 정부의 여러 지원대상에 조금씩 포함되는 방식이어서 ‘언 발에 오줌누기’ 처방만 되풀이하는 상황이 이어져 왔다.
동천의 오염에는 대한민국 근대의 어두운 그림자가 고스란히 드리워져 있다. 흑상어 ‘부캉이’가 노닐던 북항과 곧장 이어지는 그 동천을 되살리는 일은 지자체 수준을 넘어 국가 차원의 본격적인 하천 치유 시범사업이 돼야 옳다. 그것은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훼손된 전국 하천의 미래를 투영하는 일이기도 하다. 동천은 그렇게 대한민국의 미래가 돼야 한다. 비록 어둡다고 하더라도 명백한 대한민국의 과거였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