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역시 승격 주역’ YS 오른팔 최형우 별세
부산서 YS 정치적 기반 확대 앞장
민주화 투쟁·문민정부 출범 핵심
여야 지도부·김현철 등 조문 행렬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이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의 빈소를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향인 울산에 굉장한 애정을 갖고 계셨죠. 부산엔 큰 공연을 할 문화센터를 못 만드신 걸 아쉬워하셨어요.”
25일 오후 서울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의 빈소. 부인 원영일 여사는 잠시 조문객이 뜸해진 사이 고인이 부산과 울산에서 펼친 정치 여정을 떠올렸다. 울산의 광역시 승격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일부터 부산의 시청·법원·검찰 청사 건립에 힘을 보탰던 기억까지 고인의 지역에 대한 애정을 하나씩 되짚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영원한 오른팔’이자 정치적 동지였던 최 전 장관이 지난 24일 별세했다. 향년 91세. 6선 국회의원이자 상도동계의 거목이었던 고인은 한국 민주화 운동과 문민정부 출범에 기여한 정치인인 동시에 부산·울산·경남(PK) 정치사에도 큰 발자취를 남겼다.
1935년 울산에서 태어나 부산공고를 졸업한 고인은 정치 인생의 출발점부터 부산·울산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 1971년 제8대 총선에서 신민당 소속으로 울산·울주에 출마해 처음 당선됐고, 9~10대까지 내리 3선을 지냈다. 이후 정치적 기반을 부산으로 옮겨 13~15대 국회에서는 동래을과 연제구에서 3선을 기록했다. 13대 국회에서는 부산 지역구 의원이었던 YS, 노무현 전 대통령과 나란히 의정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원 여사는 “울산 분들이 젊은 야당 정치인에게 희망을 걸고 (표를) 몰아줘 기적적으로 처음 당선됐다”며 “고향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고, 울산의 광역시 승격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회상했다.
실제 최 전 장관은 울산의 광역시 승격을 이끈 핵심 정치인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1993년 내무부 장관에 취임한 이후 울산의 광역시 승격을 적극 추진했고,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여권 핵심 인사로서 힘을 보탰다. 울산은 1996년 12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된 데 이어 1997년 7월 광역시로 공식 승격됐다.
부산에서도 고인의 정치적 역할은 컸다. YS의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울산에서 부산으로 지역구를 옮겼고, 이후 부산시청과 법원·검찰 청사가 연제구에 들어서는 데 기여했다. 원 여사는 “(YS를 위해) 부산에서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며 갑자기 지역구를 부산으로 옮기기도 했다”며 “부산 발전을 위해서도 많은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고인은 경남 거창 출신인 김동영 전 정무제1장관과 함께 YS의 양팔로 불렸다. 당시 정치권에서 통용됐던 ‘좌동영 우형우’라는 표현은 PK 출신 두 정치인이 YS를 뒷받침했던 위상을 보여준다.
민주화 투쟁에서도 YS와 정치적 생사고락을 함께했다. 동국대 정치학과 재학 시절인 1960년 4·19혁명에 학교 대표로 참여했고, 1981년 민주산악회 활동에 이어 1985년 민주화추진협의회 간사장을 맡았다. YS가 1992년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는 문민정부의 하나회 척결과 금융실명제 추진 등을 뒷받침했다. 한때 YS의 뒤를 이을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됐지만, 1997년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정치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오랜 투병 생활을 이어왔다.
2015년 YS 별세 당시 빈소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했던 최 전 장관은 11년 만에 정치적 동지의 뒤를 따랐다. 고인의 마지막 길에는 정치적 계파와 여야를 넘어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과 상도동계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 정대철 헌정회장 등이 장례위원장으로 참여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공동 장례위원장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빈소를 찾은 김 대표는 “민주화에 큰 헌신을 하고, 부마민주항쟁과 5·18 정신을 살리려고 애쓰신 분”이라고 추모했다. 장 대표는 “제가 교육부에 처음 발령받았을 때 내무부 장관이셨다”며 “저희와 함께 일반 직원이 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소통하셨던 기억이 있다”고 고인의 모습을 회상했다. 전날에는 무소속 한동훈 의원도 조문했다. YS의 차남인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최 장관은 아버님과 오랜 시간 민주화 투쟁을 함께하며 진짜 생사고락을 같이하셨다”고 말했다.
고인의 발인은 27일 오전 8시이며, 장지는 국립4·19민주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