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원픽] 상처에서 발견하는 가능성
금이 간 도자기 ‘킨츠기’
클립아트코리아
금이 간 도자기가 있다. 보통은 깨진 물건을 버리거나, 어떻게든 흠집을 감추려 한다. 일본에는 그 균열을 오히려 금으로 이어 붙이는 전통 공예가 있다. ‘킨츠기’라고 한다. 깨진 흔적을 지우는 대신 드러낸다. 상처를 감추는 대신 새로운 아름다움으로 만든다. 그렇게 수선한 도자기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새로운 작품이 된다.
우리는 흔히 오래된 것을 지킨다고 하면 변하지 않게 보존하는 일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킨츠기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래된 것의 가치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간을 품어내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고.
나는 1953년 부산에서 시작된 어묵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어온 기업이다 보니 전통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전통은 감사한 유산이지만 때로는 무거운 질문이기도 하다. 무엇을 지켜야 하고, 무엇을 바꿔야 할까.
선대가 만들어온 맛과 기술, 좋은 음식을 만들겠다는 정직한 마음은 지켜야 한다. 그러나 제품의 모양과 판매 방식까지 영원히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가끔 상상한다. 먼 훗날 뉴욕의 한 직장인이 출근길에 수산단백질로 만든 아침 식사를 집어 든다. 파리의 어느 셰프는 어묵을 새로운 요리의 재료로 사용한다. 지구 반대편의 아이들은 생선으로 만든 단백질 간식을 익숙하게 먹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작은 어묵 한 조각에서 그런 미래가 시작될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이런 변화가 하루아침에 이뤄지진 않을 것이다. 익숙한 맛을 바꾸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고, 오랫동안 쌓아온 방식을 새롭게 만드는 일엔 시행착오가 따른다. 하지만 변하지 않으려는 노력만으론 어떤 전통도 영원히 이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바다는 수천 년 동안 그 자리에 있었지만, 인류는 끊임없이 새로운 배를 만들고 새로운 항로를 찾아왔다. 부산 역시 바다를 통해 낯선 세상과 만나며 성장한 도시다. 부산의 오래된 음식 문화에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게 남아 있다고 믿는다.
킨츠기의 금빛 선은 깨진 과거의 흔적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미래의 시작이다. 오래된 도자기와 새로운 금빛이 만나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전통과 혁신도 그런 관계가 아닐까. 지켜야 할 것은 단단히 지키되, 바꿔야 할 것은 두려움 없이 바꾸는 것. 오래된 것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 가장 오래된 것이, 어쩌면 가장 미래적인 것이 될 수 있다.
박용준 삼진식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