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머물게 하려면] 기업 수요 파악이 우선… 채용 기회 늘리고 언어장벽 해소 필수

  • 가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 이채원 기자 circl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열에 여덟은 부산서 살고 싶어해
시 채용박람회 규모 턱없이 부족
인턴십 등 전공 활용 기회 적어
까다로운 비자 문제 해소도 필요

부산의 외국인 유학생이 폭증하고 있지만, 이들이 졸업 후에도 부산에서 일하며 살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국제 할랄 박람회에서 한국 식품과 화장품 등을 해외 바이어와 방문객들에게 홍보하는 부산 유학생 출신 누룰 아나스타샤(29·사진 가운데) 씨 모습. 본인 제공 부산의 외국인 유학생이 폭증하고 있지만, 이들이 졸업 후에도 부산에서 일하며 살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국제 할랄 박람회에서 한국 식품과 화장품 등을 해외 바이어와 방문객들에게 홍보하는 부산 유학생 출신 누룰 아나스타샤(29·사진 가운데) 씨 모습. 본인 제공

부산으로 유학 오는 외국인 대학생이 폭증하고 있지만, 이들이 졸업 후에도 부산에서 일하며 살기는 쉽지 않다. 유학생들은 전공과 맞는 일자리 부족, 언어 장벽, 체류자격 제한 등 정착에 걸림돌이 많다고 호소한다.

■채용 기회 부족·언어장벽

인도네시아 출신 누룰 아나스타샤(29) 씨는 지난해 국립부경대에서 산업·데이터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졸업 후 부산에서 일자리를 찾아 나섰지만 구할 수 없어 현재는 서울의 한 기업에 다닌다. 그는 “부산에서는 외국인 졸업생을 위한 채용 기회가 적었다”고 말했다.

부산을 찾은 외국인 유학생 상당수가 부산에서 일자리를 찾아 계속 머물고 찾고 싶어하지만 취업 여건은 미흡하다.

지난해 부산연구원이 부산의 외국인 유학생 4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졸업 후 한국 체류를 희망한 이는 56%였고, 그중 81.7%는 부산 정착을 원했다.

하지만 거주 희망과 실제 취업 사이에는 간극이 크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산시의 외국인 유학생 대상으로 채용박람회이다. 부산시는 채용박람회와 제조업·관광·마이스 분야 기업에서 여름 인턴십을 운영한다. 하지만 채용박람회는 연 1회만 열리는 데다 여름 인턴십은 예산 한계로 분야별 참여 가능한 규모가 10여 명 수준이다. 2만 명을 넘어선 부산 외국인 유학생들의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터무니 없이 부족한 규모다.

유학생이 전공 분야의 취업 기회를 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나스타샤 씨도 그런 경우다. 부산에서 전공 관련 인턴십 등 취업 기회를 얻기 쉽지 않았다. 그는 “채용박람회뿐만 아니라 졸업 6개월 전부터는 외국인 유학생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서 인턴십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어 능력 부족으로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유학생도 있다. 관광 분야 전공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고도 한국어 능력이 부족해 프런트 업무 대신 객실 청소 등 단순 업무에 배치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 때문에 전공 관련 취업을 위해서는 채용 기회 확대와 함께 실무에 필요한 한국어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자 조건도 장애물

유학생들은 비자 문제도 취업의 걸림돌로 보고 있다. 지난해 8월 국립부경대 산업디자인 전공을 졸업한 중국인 류윈산(29) 씨는 채용 과정에서 비자 문제로 수차례 취업에 실패했다. 류 씨는 “면접에서 취업 비자 변경이 필요하다고 밝히자 채용이 어렵다는 답을 듣기도 했고 처음부터 취업 비자를 보유한 사람만 뽑겠다는 기업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국내 대학 졸업생은 일정 조건 아래 구직(D-10) 비자로 최대 3년간 체류할 수 있다. 취업 이후에는 직종에 따른 특정활동(E-7) 비자 또는 지역특화형 우수인재(F-2-R) 비자로 변경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고용계약서나 사업자등록증 등 서류 등을 통해 외국인 고용 필요성 입증 절차를 밟는다.

E-7 비자는 특정 직종과 직무별 요건, 임금 기준 등 기준이 충족돼야 발급된다. 기업이 관련 절차를 부담스러워 하면 채용까지 이어지기 어렵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의 지자체 정착을 유도하는 F-2-R 비자도 제약이 있다. F-2-R 비자는 E-7 비자에 비해 허용 직종이 다양하지만 동일 국적 인원이 지역별 정원의 30%를 넘지 못한다. 특정 국적 인원이 다 차버리면 다른 요건을 충족하고도 이 비자로 일할 수 없게 된다. 또 인구 감소 지역에서 거주하거나 일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부산은 현재 △동구 △서구 △영도구가 해당한다. 해운대구에 거주하면서 기장군 소재 기업에 취업하는 것은 F-2-R 비자로는 불가능하다.

■기업 수요 현황 파악부터

시는 내년 1월께 유학생을 기업 인사담당자와 연결하는 취업 매칭 캠프를 신설할 계획이다. F-2-R 비자의 지역 적용 확대 등도 법무부에 건의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졸업생의 실제 취업률과 진학률, 취업 지역 등을 통합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워 지원책의 성과 분석에 한계가 있다. 교육부의 취업 관련 공시도 내국인 중심이라 정확한 실태 파악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지역 산업의 외국인 인력 수요를 구체적으로 파악한 뒤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산연구원 이요바 책임연구위원은 “어떤 산업에서 어떤 역량을 갖춘 외국인 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법무부에 비자 허용 범위와 인원 확대 등을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