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부 "원전 전력 직구는 전기료 인상 요인…수용 불가”
"초광역특구내·원전 PPA 허용 법안 수용 불가 입장”
"일반 소비자 전기요금 부담 ·체리 파킹 소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원자력발전소(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특정 기업이나 산업단지가 독점할 수 있게 하는 '원전 전력구매계약(PPA)'에 대해 주무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가 26일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초광역특구 내 PPA 허용 법안에 대해서도 수용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부 언론은 이날 정부가 원전 PPA에 대해 지난 3월엔 ‘동의 곤란’, 10월엔 ‘신중한 접근’으로 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언론에서는 특히 초광역특구 내 PPA 허용에 대해 정부가 ‘소비자 요금 부담을 증가시킬 요인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명시적인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아 정책 수용 가능성을 남겨뒀다는 지적이 있음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기후부는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초광역특구법을 비롯해 원전 PPA를 허용하는 법안에 지속·일관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면서 "일반 소비자 전기요금 부담 증가 우려와 원전 전력 독점 사용에 따른 ‘체리 피킹(유리한 부분만 골라 취하는 것)’ 소지 등을 고려해 원전 PPA는 수용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기후부는 “원전 PPA는 저렴한 원전 전력을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특정 소비자에게 직접 공급하는 재무적 계약으로, 계약을 체결한 특정 소비자는 저렴한 원전 전력을 사용하는 반면, 일반 소비자는 원전이 시장에서 빠진 만큼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다른 전원의 전력을 구매하게 되어 전기요금 부담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 또한, 원전의 건설부터 운영·해체까지 전주기에 걸쳐 발생하는 안전, 폐기물 관리 등의 사회적 비용은 모든 국민들이 나누어 부담하는 반면, 특정 소비자는 생산비용만 부담하고 저렴한 원전 전력의 혜택을 독점한다는 점에서 체리 피킹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 소비자로의 전기요금 부담 증가 우려, 원전 전력의 독점 사용에 따른 체리 피킹 소지 등을 종합 고려해 원전 PPA 허용에 대해 수용 곤란하다는 입장임을 밝힌다”고 했다.
앞서 이날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해철 의원 등에 따르면 기후부는 지난 3월 원전 PPA를 허용하는 2개 법안에 대해 "저렴한 전력을 특정 사업자가 독점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기후부는 원전 PPA를 '체리 피킹'이라고 규정하며 "국내 발전량 31%를 차지하는 대규모 원전을 특정 (수소특화)단지가 독점하면 국가 전력 수급 관리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저렴한 원전 전력을 특정 소비자에게만 독점 허용하는 것은 대다수 전기 소비자인 국민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전기사업법 취지와 배치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후부는 최근 원전 PPA와 초광역특구법(메가특구법)상 특구 내 PPA 허용 규정에 대한 박 의원실 질의에 "원전 PPA 허용은 평균 전력 구입 단가가 상승하고 소비자 요금 부담이 증가시킬 요인"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일부 언론은 “앞서와는 달리 수용할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가 전력시장 밖 PPA를 통해 특정 사업자에게 공급되면, 다른 전기 소비자는 원전보다 발전단가가 비싼 발전원에서 생산된 전기를 써야 한다. 결국 한국전력(한전)이 발전소들로부터 전기를 사들이는 가격이 평균적으로 상승하게 되고, 이는 전기요금 인상 압력을 가중하게 된다.
박 의원실이 올해 상반기 구입 전력 단가를 토대로 계산해보니 월성원전 2호기가 생산한 전기(연간 48억kWh·킬로와트시)를 한 기업이 독점할 경우 다른 전기 소비자가 추가로 부담할 전력 구입비는 2800억 원에 달했다. 원전은 입지를 선정하는 단계부터 방사성폐기물을 관리하는 것까지 전(全) 주기에 걸쳐 막대한 재정과 사회적 비용이 투입된다. 이에 원전 PPA를 허용하면 전기요금 부담 증가를 제외해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