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익의 뷰파인더] 이제 와서 왜? 뜨는 부산, 열기 지속하려면
TV방송국장
세계적 관심 폭발한 부산
국내외 유튜버 줄짓는 기현상
골목·사람·음식·자연의 조화
숨은 의외성 ‘저평가 도시’
삶과 이야기 쌓인 소중한 공간
미래를 위해 우리가 지킬 차례
부산이 달라졌다고 한다. 올해 부산을 찾는 외국인이 400만 명을 넘을 거라거나, 부산이 2027년 세계에서 뜨는 여행지 5위에 올랐다는 소식도 들린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익스피디아’가 여행자들의 관심이 급증한 도시로 부산을 꼽았다는 것이다. 항공과 숙박 검색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팩트’이니, 정말 천지가 개벽할 일이다.
요즘 부산을 둘러싼 엄청난 변화와 ‘이상 현상’을 체감한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 가끔 들러 머리를 식히기에 딱 좋았던 북항친수공원에 나타난 상어 ‘부캉이’. 부산 안팎에서 1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부캉이를 보려고 몰려든 건 크게 고마워할 일이다. 안 그래도 ‘핫한’ 부산이 더 주목을 받게 됐다.
그런데 평생 부산에서 살아온 사람 입장에서는 갑자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선명하게 이해하기 힘들다. 예나 지금이나 해운대·광안리·송정·다대포·송도 등 7개 해수욕장과 강, 산이 도시 곳곳을 둘러싸고 있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 반대다. 원래 있던 자연 속에 도시가 빽빽하게 들어서 신세를 지고 있다. 시민들은 그 속에서 일상을 살고 있을 따름이다.
대체 우리도 모르는 새 무엇이 더해졌길래 이럴까. 가장 정확한 눈은 바깥에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내국인, 외국인 가릴 것 없이 부산에 대해 이야기하는 콘텐츠를 추천하기에 바쁘다. 그만큼 부산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버들은 안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을 짚어낸다.
유튜버들이 먼저 꼽는 부산의 매력은 ‘골목’이다. 골목은 삶과 시간이 녹아 있는 곳이다. 생각해 보면, 외지인들이 열광하는 감천문화마을, 흰여울문화마을, 비석문화마을은 모두 골목으로 연결된다. 전포동 카페거리도 공구 골목에서 탄생했다. 피란수도의 역사가 오롯이 담긴 산복도로도 거미줄처럼 얽힌 골목과 닿아 있다. 아예 그런 마을에 들어가 ‘한 달 살이’를 하는 유튜버들도 있다.
여기에 ‘의외성’이 더해진다. 골목을 거닐다가 돌아보면 윤슬이 찬란한 바다를 눈에 담을 수 있다. 초현대적인 도시 속의 자연과 야경, 피란수도의 근대 역사 유산, 그리고 골목. 이 의외의 조합이 부산이 뜨는 이유를 설명한다. 심지어 도심에 맞닿은 섬 영도도 독특하다. 창고나 공장을 개조해서 만든 ‘힙한’ 카페에서 녹슨 배와 물양장 풍경을 날것 그대로 보는 뜻밖의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다음은 ‘사람’이다. 유튜버들은 자유로움과 여유 속에서 인간적인 정을 느낀다고 한다. 뭔가 필요해 보이면 현지인이 먼저 말을 걸어 주고, 상인들이 넉넉한 인심으로 대했다는 경험담과 체험 영상이 줄을 잇는다. 툭툭 건네는 사투리는 거칠지만 그 속의 진심에 감동했다는 반응이 많다.
화룡점정은 사실 ‘음식’이다. 외국인들에게 부산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게 뭐냐고 물으면 음식을 먼저 꼽는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부산에는 먹을 게 하나도 없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던 터라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유튜브와 SNS에는 부산의 맛집 정보가 쏟아진다. 돼지국밥과 밀면, 카페 투어를 다룬 콘텐츠가 셀 수도 없을 정도다.
안에서 보이지 않던 가치는 뒤늦게 드러난다. 2000년대 초, 주말 광복로에 ‘차 없는 거리’를 만들자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자유롭게 거리를 걸으면서 ‘고갈비 골목’에도 가고 호떡도 사 먹는 문화를 만들면 지역 상권이 살아날 수 있다는 믿음이 컸다. 하지만 상인들을 중심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거센 항의를 받았다. 지금은 당연한 일이 그때는 ‘턱도 없는 일’ 취급을 받았다.
과거 해운대구를 담당하던 시절, 해운대역에서 송정역으로 이어지는 동해남부선이 폐선이 될 예정이었다. 그때 천하의 절경을 즐길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을 관광자원으로 만들자고 보도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폐선 일부 구간이 공원이 되어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미포에서 청사포, 송정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해변열차와 스카이캡슐, 최고의 산책로를 갖춘 부산의 대표 관광지가 됐다.
유튜버들의 분석과 반응을 보면 부산의 미래가 보인다. 그들은 관광지로서 부산에 찬사를 보내지만, 대도시로서 부산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던진다. 이 지점에서 걱정이 앞선다. 아파트가 부산의 ‘골목’을 점점 파괴하고 있어서다. 어르신들은 기억과 이야기가 쌓인 골목을 없애는 재개발·재건축에 동의해야 하나 고민한다. 떠나지 않은 청년들의 도전으로 줄 서는 식당과 카페가 생겨나지만, 그것만으로 도시를 지탱하기에는 부산이 너무 크다.
현실을 생각하는 부산시민의 가치관은 방문자들이 열광하는 골목으로 향하지 않는다. 한 번 사라진 골목은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이 무엇을 지키고 어떻게 도시를 살려낼지를 진지하게 토론하고 실천해야 할 골든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