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정부 강경대응에도 핼러윈 주말 32만 명 거리로
시위대가 경찰에 화염병 투척
대규모 충돌까지 확대는 안돼
정부 “얼굴 가리면 벌금 부과”
독일서도 첫 청년 시위 열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이 진압 경찰에게 옮겨붙어 불길이 치솟고 있다. EPA연합뉴스
고등학생들이 시작한 시위가 대규모 소요 사태로 번진 프랑스에서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세 번째 주말 시위가 열렸다. 당국이 곳곳에서 집회와 행진을 금지하고 삼엄한 경비를 했지만,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면서 충돌이 발생했다.
AFP·A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와 릴·리옹·마르세유·툴루즈·낭트 등지에서 학생·노동자 단체와 ‘노란 조끼’ 등이 참여한 가운데 집회가 열렸다. 내무부는 파리에서 7만 명, 전국에서 32만 명이 시위에 참가한 걸로 집계했다. 주최 측은 이날 파리에서만 20만 명, 전국에서 50만 명 가까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파리와 리옹·툴루즈 등지에서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는 등 충돌했다. 경찰이 물대포와 최루가스를 쏘며 진압했으나 대규모 충돌이나 약탈 사태까지 확대되지는 않았다.
내무부는 보르도와 툴루즈·리옹·마르세유 등 여러 곳에서 약탈할 목적으로 도심에 들어가려는 ‘극단주의 세력’을 저지했다고 밝혔다. 또 파리에서 헌병 1명이 불길에 휩싸였다며 시위대의 화염병 투척은 살인미수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날 경찰 7만 명과 감시용 헬기·드론 등을 투입해 폭력 사태에 대비했다. 경찰은 도심 한복판 바스티유 광장과 나시옹 광장 사이 행진을 금지하고 도시 외곽 행진만 허용했다. 파리 행정법원은 전날 이 조치를 무효화했으나 이날 오전 최고행정법원이 결정을 뒤집고 행진을 다시 금지했다.
일부 참가자는 핼러윈 복장을 하고 거리에 나섰다. ‘핼러윈을 맞아 성난 시민으로 꾸몄다’는 팻말도 등장했다. 파리에서는 최근 시위 사태에 덩달아 지지율이 오른 극좌 성향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대선 후보 장뤼크 멜랑숑이 맨 앞에 서서 행진했다.
당국은 핼러윈과 겹친 이날 시위가 밤 사이 폭력 사태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7일 폭동 사태가 발생한 레퓌블리크 광장과 샤틀레레알에 이번 주말 밤 11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내무부는 핼러윈을 틈타 얼굴을 가린 시위대에 벌금 150유로를 물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랑 뉘녜즈 내무장관은 “핼러윈 핑계는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가릴 정당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고등학생들이 시작한 시위는 고물가 등 사회 문제 전반을 성토하는 대규모 전국 시위로 번졌다. 정부가 강경진압에 나서고 중상자가 발생하면서 집회는 시민 자유와 집회 권한 요구로도 확대됐다. 경찰은 폭죽 등 위험물질 반입을 차단하기 위해 이날 파리에서만 1만 5000명, 전국에서 약 4만 명을 검문했다.
정부는 학교에 교사를 더 투입하고 온라인 대입 시스템을 개편하는 등 교육 개선책을 내놨으나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학생단체 위니옹에튀디앙트는 오는 3일과 5일 고등학교와 대학을 봉쇄하고 5일에는 노동계 시위에 합류하겠다고 말했다. 민주프랑스노동연맹(CFDT) 등 노동단체들은 오는 5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옆나라 독일에서도 프랑스 시위 사태 이후 처음으로 청년 시위가 열렸다. 젠지레겔트(Z세대가 해결한다)라는 이름의 청년 단체는 이날 전국 34개 도시에서 ‘우리 미래는 우리 손에 달렸다’를 구호를 내걸고 집회를 열었다.
이날 오후까지 전국에서 모두 18만 4000여 명이 참가하겠다고 온라인으로 등록했다. 다만 경찰은 베를린에 약 5000명이 모이는 등 참가자가 예상보다 적은 걸로 집계했다. 주최 측은 교육예산 확대, 고물가 대책 마련, 징병제 반대, 기후변화 대응 등 여러 가지 주제를 들고 나왔다.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함부르크 시내 명품 가게들은 약탈 사태를 우려해 합판으로 쇼윈도와 출입구를 막고 영업을 중단했다. 쾰른 등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복면을 하고 폭죽을 던져 행진이 금지됐다. 프랑크푸르트 도심 차일 거리에서는 경찰의 강제 해산 이후 시위대가 가게 유리창을 깨고 신발 등을 훔쳐가는 약탈 사건이 발생했다.
당국은 집회에 앞서 극단주의 세력이 가담해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수 차례 경고하고 베를린 1500명 등 경찰력을 대거 투입했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도 수천명이 ‘집 아니면 불을 달라’ 등의 팻말을 들고 주택난 항의 시위를 벌였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는 주말 시위를 촉구하는 소셜미디어 글이 돌아 시내에 경찰이 배치됐지만 실제로 시위는 열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