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원픽] 보이는 것 너머를 이해하는 일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 <춘희>
고등학교 시절 처음 읽은 책 가운데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춘희〉다. 같은 책을 세 번 읽었지만, 책을 읽는 나 자신은 매번 달랐다.
1848년 발표된 〈춘희〉는 파리 사교계의 여성 마르그리트와 청년 아르망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을 떠올릴 때마다 생각하게 되는 것은 사랑의 비극만이 아니다. 오히려 한 사람의 진심이 그를 둘러싼 사회적 편견에 가려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마르그리트의 화려한 생활과 직업을 보지만, 그녀의 내면과 고통, 진심까지 들여다보지는 않는다.
젊은 시절 이 작품을 다시 읽고 또 다시 읽으면서, 이 소설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 한 사람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얼마나 쉽게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지 돌아보게 했다. 우리는 흔히 보고 들은 것을 바탕으로 상대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가 살아온 환경과 말하지 못한 사정을 다 알지 못하면 진실을 놓치기 쉽다.
이런 생각은 오랜 시간 관광을 연구하고 관광산업 현장에서 일해 온 내게도 중요한 질문으로 다가온다. 사람을 이해하는 일과 도시를 이해하는 일은 비슷한 데가 있기 때문이다.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은 해운대와 광안리의 바다, 아름다운 야경, 음식과 축제를 경험한다. 그러나 부산의 진정한 매력은 눈에 보이는 명소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바다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삶, 골목마다 쌓인 시간의 흔적, 문화를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에 부산이라는 도시의 본질이 담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오늘날 부산 사람들은 무엇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이해할 때 여행은 더 깊은 경험이 된다. 관광은 도시를 소비하는 활동을 넘어, 도시와 사람을 이해하고 연결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춘희〉는 눈에 보이는 모습 너머를 바라보아야 한다고 일깨운다. 사람을 이해하는 일과 도시를 이해하는 일은 다르지 않다. 눈에 보이는 모습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삶과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 어쩌면 그것이 한 사람을 이해하는 출발점이자, 한 도시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는 출발점일 것이다.
이정실 부산관광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