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 미제사건 지역 꼬리표 떼고 싶어”

kwa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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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검거 소식은 반갑지만 지역 이미지가 나빠질지도….”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가 특정되자 범행 현장인 경기도 화성시 주민들은 안도감과 함께 우려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화성시 주민들 “안도와 우려”

“사건 당시와 달리 천지개벽

도시 이미지 추락 걱정돼”

용의자 이춘재가 살인행각을 벌인 화성시 진안동의 한 주민은 “연쇄 사건이 연이어 발생할 당시 주민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정말 불안한 나날을 보냈다”며 “특히 유족들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시간을 보냈을 텐데 지금이라도 용의자를 특정한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잊고 지냈던 ‘살인의 추억’이 재소환돼 전국적인 이슈로 다시 부각된 것이 온전히 반갑지만은 않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신도시에 터 잡고 살고 있는 한 주민은 “주민들의 상당수가 연쇄살인이 벌어졌던 30여 년 전에는 화성에 살지 않아서, 검거 소식에 특별한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도시 이미지가 추락할까 걱정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동탄2신도시 주민은 “화성은 그동안 천지개벽이라 할 정도로 많은 게 바뀌었는데, 여전히 이곳은 미제 살인사건 발생지로 거론된다”며 “범인이 지목된 만큼 연쇄살인 미제사건 지역이라는 꼬리표를 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 관계자들도 남다른 소회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배우 송강호가 주역을 맡은 박두만 형사의 실제 모델인 하승균(73) 전 총경은 용의자 확인 소식에 잠을 설쳤다고 밝혔다. 화성 사건 당시 경기도에서 알아주는 사건통으로 불리며 수원경찰서 형사계장으로 재직했던 하 전 총경은 교도소 면회를 통해 진범이 맞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 밖에도 당시 현장에 투입된 대다수 형사는 특정된 범인을 처벌할 수 없는 현실에 깊은 절망감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번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19일 "지금 이 사건을 보면서 정말 천우신조라는 생각이 든다"며 "참혹하게 살해당한 피해자들의 사건 기록을 보면서 지금도 억장이 무너지는데, 구천을 떠도는 피해자 원혼들이 사건을 해결하도록 했다는 숙연함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어 "억울한 피해자의 원혼을 치유할 수 있는 중대한 책무가 경찰에게 주어졌다"며 "역사적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곽진석 기자 kw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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