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신들도 펠로시-윤 대통령 만남 불발 주목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펠로시 방한했지만 휴가라 통화만" 일제히 보도
가디언 "중국과 긴장 피하려 안 만났다는 비판 받아"
홍콩 SCMP "한국 네티즌들, '중국 눈치 본다'고 추측"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동언론 발표를 통해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동언론 발표를 통해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방한했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대면 만남이 불발된 사실이 주요 외신들을 통해 보도됐다.

4일 영국 로이터통신과 가디언, 미국 AP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주요 외신들은 펠로시 의장의 방한과 관련한 보도에서 윤 대통령이 휴가 중인 관계로 펠로시 의장과 대면하지 않고 전화 통화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보도에서 AP통신, 로이터, 타임지 등은 "보수 성향인 윤 대통령은 한미 동행을 강화하고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겠다는 공약으로 지난 5월 취임했다"는 사실을 함께 언급했다.

로이터는 특히 "한국 언론은 윤 대통령이 중국과의 긴장을 피하기 위해 펠로시와 만남을 기피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고 소개하면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펠로시 의장을 환영한다고 밝혔지만, 이러한 보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가디언은 '한국 대통령이 중국을 달래기 위해 낸시 펠로시를 피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윤 대통령이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의 반감을 피하기 위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펠로시 의장이 미국 민주당 대표였던 2015년 방한했을 때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났다고 밝혔다.

WSJ는 "한국은 미국의 오랜 동맹국"이라며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및 번영의 핵심 요소로서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상기시켰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국회를 방문,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한 뒤 열린 공동언론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국회를 방문,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한 뒤 열린 공동언론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의 대표적인 상업 대중지인 데일리 메일은 "한국 대통령은 펠로시를 피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윤석열 대통령은 펠로시와 만나기 위해 자신의 휴가 일정을 취소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홍콩 SCMP는 "한국에서 '눈치'라는 말은 영향력 있는 사람의 기분을 알아차리는 미묘한 기술을 묘사하는 단어"라고 설명하면서 "한국 SNS에서는 윤 대통령이 중국의 분노를 막기 위해 펠로시와의 만남을 피한다는 추측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또 "여름 휴가 때문에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는다는 대통령실 발표가 한국 트위터 이용자들에게는 잘 먹혀들지 않았다"며 비판적인 트윗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SCMP는 "휴가 때문에? 말도 안 된다. 윤 대통령은 중국 눈치를 보느라 펠로시를 만나지 않는 것이다. 전임자인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보수층과 언론은 '중국 눈치를 보고 있다'며 야단법석을 떨었을 것"이라는 글이 트위터에서 가장 인기 있는 트윗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중국 눈치를 보느라 펠로시와의 만남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펠로시의 방한 기간에 박진 외교부장관이 해외 순방을 잡은 것은 친미 외교에 모든 것을 내거는 보수 세력에 걸맞지 않는다"는 또 다른 트윗도 소개했다.

SCMP는 그러면서 "펠로시의 방한은 윤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과 지인 특혜 의혹, 배우자와 관련된 논란 등 리더십 문제에 직면한 시기에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최영범 홍보수석. 연합뉴스 최영범 홍보수석. 연합뉴스

한편, 대통령실 최영범 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펠로시 하원의장 방한과 윤 대통령 휴가 일정이 겹쳐 (대통령) 예방 일정을 잡기 어렵다고 미국 측에 사전에 설명했고 펠로시 의장 측도 상황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주요 동맹국 의회 수장이 방한한 만큼 직접 면담은 어렵더라도 전화로라도 인사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게 어떻겠느냐는 양국 의견 교환이 있어서 오늘 오후 서로 통화하기로 조율됐다"고 설명했다.

'사전에 조율했다고 해도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는 것은 미 의회 경시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이 상황에서 대통령이 연극을 관람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에는 "우리가 미 의회를 경시할 이유도 없고, 가장 중대한 (의회) 요인이 왔는데 우리가 홀대하거나 경시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며 "연극은 어제 저녁 펠로시 의장이 (한국에) 도착하기 전 봤던 것"이라고 답했다.

또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의 대면 면담이 불발된 것이 중국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문의가 많다면서 "모든 것은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결정'의 구체적인 의미에 대해선 "압축적으로 드린 말씀이고 그 해답은 언론의 영역"이라고 말을 아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