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국가산단뿐이랴… 오후 6시면 암흑천지 돌변하는 지역 산단 [무너지는 부산 산단]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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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수출 동반하락에 깊은 시름
외곽 몰린채 규제 묶여 활력 실종

신평장림산단. 부산일보DB 신평장림산단. 부산일보DB

부산 산단의 붕괴는 국가산단인 녹산산단에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부산 전 지역에 있는 산업단지 모두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사하구 신평장림산단, 금정구 회동·석대도시첨단산단, 기장군 반룡산단 등에 있는 기업의 시름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5시 사하구 신평장림산단. 한 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어깨가 축 처졌다. 해가 떨어지기도 전에 이 공장은 문을 닫았다. 일부 다른 공장에서는 용접 소리가 들렸지만, 이것마저도 6시가 되니 어둠 속에 집어삼켜졌다. 통근버스를 타고 퇴근하는 공장 직원들에게 활기는 없었다.

신평장림산단에서 조선기자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 대표는 “밤새도록 공장이 돌아간다라는 건 이제 옛말”이라며 “매출이 떨어지다 보니 추가 작업을 줄일 수밖에 없었고 지금은 보통 오후 5~6시만 되면 산단 모든 공장의 불이 꺼지고 적막함만 가득하다”고 말했다. A 대표는 또 “불황이 장기화 되자 산단 입주기업에 대한 투자가 갈수록 줄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기장군 장안읍 반룡산단에서 제지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B 대표는 한숨이 갈수록 늘어만가고 있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에 큰 타격을 입었다. 종이를 만들기 위한 펄프는 100% 수입에 의존한다. 지난달 미국 남부산 혼합활엽수펄프 가격이 t당 765달러로 전월 대비 8.5% 올랐다. 지난해 6월 t당 605달러에 비하면 25%나 오른 가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등 애로사항도 커지고 있다. 갈수록 ‘기업 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B 대표는 "펄프가격이 올라 은행이나 정부의 자금지원에 기댈 수 밖에 없는데, 그것마저 고금리에 여의치 않는 상황이 많다"며 "산단에 입주에 있는 기업들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 등 획기적인 정책이 없다면 지금의 시기를 이겨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B 대표는 이어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겹치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상태라고 생각한다”며 “IMF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온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회동·석대도시첨단산단 입주사들의 최대 애로사항은 주차 공간 등 직원들을 위한 편의시설의 부재다. 도심에서 산단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부터 험난하다. 이면도로를 주차장으로 활용하다보니 왕복 2차로 도로가 더 좁아졌다. 2중 주차는 기본이다. 산단 특성상 대형 트럭이 오가는 상황에서 보행자라도 마주치는 순간이면 아찔한 상황이 연출된다. 회사에 도착해도 문제다. 주차장이 없어서 건물 뒤 공터에 차를 대고 업무를 본다. 일하는 중에도 수시로 차를 빼달라는 연락이 오는 건 덤이다.

회동·석대도시첨단산단서 자동차부품업체를 운영하는 C 대표는 “산업단지를 도심 외곽에 몰아넣고는 개발 제한도 풀어주지 않아, 직원들을 위한 주차 공간을 짓기도 어렵다”며 “가뜩이나 출퇴근도 불편한데 출근해서 주차할 곳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는 상황인가, 예상하지 못한 규제에 직원들의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C대표는 공장부지에 생산 공장을 늘리는 대신 주차장을 짓기로 했다. C 대표는 "직원들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데, 산단에 있는 이상 힘든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남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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