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기소 특검법’ 본회의 올린 與, ‘필버’ 가동한 野…정국 다시 극한 대치
법사위 이어 본회의 상정 ‘속도전’
야당 필버에도 6일 처리 전망
국힘 “장외 투쟁도 불사”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가 5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조작 기소 특검법 반대 규탄대회에서 규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조작기소 특검법’의 국회 본회의 처리에 나서자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서면서 정국이 다시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민주당은 전날 법제사법위원회 의결에 이어 하루 만에 본회의 상정을 밀어붙였고, 국민의힘은 특검법을 ‘반헌법적 의회 쿠데타’로 규정하며 장외 투쟁까지 예고했다. 820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본격화하면서 특검법 대치가 예산 정국에도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민주당은 5일 국회 본회의에 조작기소 특검법을 상정했다. 당초 민주당은 특검법을 포함해 6개 법안 처리를 추진했지만, 국민의힘 김태규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과 초광역특구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 조작기소 특검법 3건을 처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민의힘은 특검법을 제외한 두 안건 표결에 불참했다. 김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은 투표수 167표 중 찬성 166표, 무효 1표로 통과됐다. 국민의힘은 특검법이 상정되자 곧바로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는 법사위 야당 간사인 박형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필리버스터는 시작 24시간이 지나면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종결할 수 있다. 범여권이 과반 의석을 확보한 만큼 민주당은 종결 표결을 거쳐 6일 오후 특검법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3대 특검과 2차 종합특검, 쿠팡 상설특검, 선거관리위원회 특검에 이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7번째 특검이 된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직전 규탄대회를 열고 총력 저지에 나섰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대통령이 받아야 할 재판을 없애버리기 위한 특검법, 헌정사상 최악의 악법을 민주당이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다”며 “이 특검법은 대통령 한 사람의 재판을 없애버리기 위해 국회 입법권을 동원하는 최악의 권력남용 기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오늘 국회는 죽었다. 집권여당은 대통령의 범죄를 없애주는 흥신소로 전락했다”고 직격했다. 의원들은 ‘공소취소 특검법 독재완성 마지막 퍼즐’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대통령 재판취소 조작특검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에도 나선다. 6일 오후 국회 본관 앞 계단 집회를 시작으로 7일 서울 경복궁역 앞 장외집회, 9일 청와대 앞 현장 최고위원회의와 1인 시위를 추진할 계획이다. 10일에는 청와대 앞 현장 의원총회 개최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 반헌법적 의회 쿠데타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국회에서뿐만 아니라 거리에서, 현장에서, 지역에서 분노한 국민과 함께 저 무도한 범죄집단의 독재 권력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에 더해 정기국회 법안 처리 절차 전반에 대한 보이콧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물러서지 않았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헌정질서를 유린한 악행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 이를 모르는 체하고 덮고 가자는 것은 결코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그토록 문제 제기한 공소취소권은 깨끗이 들어냈다. 공소취소권뿐만 아니라 특검 이첩 요구권까지 저희가 삭제하지 않았느냐”며 “그럼에도 앵무새처럼 공소 취소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야당 필리버스터에 대해서도 “으름장을 놓는다고 저희가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검법이 범여권 주도로 처리되면 정국은 급속히 얼어붙을 전망이다. 예산안 심사가 본격화하는 시점에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 내 예산안 처리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