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의회 장악에 韓 관세·조선·안보 영향 촉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연회장 건설 현장을 둘러보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서 한국의 대미 통상·산업·안보 현안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은 지속되겠지만, 한미 조선 협력과 반도체·전력 분야에서는 초당적 지원을 통한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안보 현안은 민주당의 의회 견제와 트럼프 대통령의 독자적인 외교·안보 행보가 맞물리면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현지 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한국 시간 5일 오후 4시 기준 민주당은 상원 54석, 공화당은 44석을 확보했다. 하원에서도 민주당은 과반인 218석을 훌쩍 넘긴 240석을 차지했고 공화당은 147석에 그쳤다. 주지사직도 민주당이 28곳, 공화당이 20곳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민주당은 내년 1월 출범하는 제120대 의회에서 입법과 예산 심의, 상원 인사 인준 및 행정부 견제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의지를 드러내면서 주요 정책을 둘러싼 양측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통령이 거부한 법률안을 재의결하려면 양원 모두에서 재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점도 제약이다.
이처럼 미국 의회 정치의 변화가 예상되면서 한국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은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는 이날 발간한 ‘2026 미국 중간선거 결과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민주당의 양원 장악에도 기존 관세·수입규제 조치는 유지될 것으로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 등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하는 만큼 민주당이 대통령의 관세 권한을 제한하더라도 대통령 거부권 등으로 추진에 제약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움직임은 한국 반도체 업계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연방 차원의 규제 입법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주정부는 인허가와 세제, 전력망 구축 등을 통해 개별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한국 기업의 투자가 집중된 조지아와 텍사스 등의 주지사 소속 정당이 바뀌면서 지역별 투자 여건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연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조선과 전력 등 일부 전략산업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초당적 협력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코트라는 양당이 공동 발의한 ‘미국 조선업 재건 법안’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이 법안은 최대 250척 규모의 전략상선단 조성을 목표로 조선소 투자와 선박금융, 인력 양성 등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미국의 군용 선박 해외 건조 제한은 여전히 유효하며, 구체적인 지원 규모와 사업 조건 등은 향후 입법 결과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이 같은 변화는 조선·자동차·철강 등 제조업이 밀집한 부산·울산·경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남의 대형 조선소와 부산의 조선기자재·수리조선업계에는 미국 현지 조선소 투자와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기자재 공급 등 협력 확대의 기회가 열려 있다. 반면 울산의 자동차와 부울경 철강·기계 부품 수출기업은 기존 고율 관세에 따른 비용 부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미 안보 현안에도 적지 않은 변수가 예상된다. 한국이 추진하는 핵추진잠수함 건조는 핵 비확산 원칙을 중시하는 민주당의 견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역시 의회 차원의 추가 검증 등이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의 재량권이 상대적으로 큰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자 행보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국내 정치적 열세를 대외 성과로 만회하기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외교에 다시 힘을 쏟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북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는 북한의 반응에 달려 있으며, 대북 제재 완화 등 의회와의 조율이 필요한 협상에는 제약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