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연쇄살인 사건 '가짜 범인' 만들어 종결시켜"
'부당거래' 외유내강 제공류승완 감독이 충무로에서 쌓은 내공이 어느덧 10년이 됐다. 2000년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혜성과 같이 나타난 그. '피도 눈물도 없이' '아라한 장풍대작전' '주먹이 운다' 등 매 작품 스타일리시한 감각과 개성 넘치는 연출로 흥행과 비평에서 성공을 거두며 '충무로 액션키드'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 그가 '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이후 2년 만에 내놓는 신작 '부당거래'는 어쩌면 '류승완표 영화의 완결편'처럼 다가온다. 연쇄살인사건을 둘러싼 검찰, 경찰, 스폰서의 물밑거래를 예측할 수 없는 액션드라마로 뽑아내는데 은연중 뿜어져 나오는 '권력에 대한 조롱'이 탄성을 지를 만큼 압권이다.
■ 류승완 감독 '부당거래'
검·경·기업 물밑거래 파헤쳐
한국 사회 '부패사슬'에 냉소
· 적나라한 권력의 이중성
충격적인 연쇄살인사건에 대통령까지 나서 수사를 촉구하자 난감해진 경찰 수뇌부는 '가짜 범인'을 만들어 사건을 종결시킨다는 시나리오를 쓴다.
경찰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번번이 물을 먹던 광역수사대 에이스 최철기(황정민)가 승진보장을 대가로 뛰어든다. 그는 스폰서인 장석구(유해진)를 '배우'로 내세워 이벤트를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다.
한편 잘나가는 검사 주양(류승범)은 자신을 후원해 주는 재계의 큰손 태경그룹 김 회장이 구속된 사실에 분개한다. 알고 보니 최철기가 입찰비리건으로 김 회장을 잡아넣은 것. 때마침 자신에게 배정된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주 검사는 최철기와 장석구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음을 알아차리고 또 다른 거래를 제안하는데….
이렇듯 이 작품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부당한 거래를 시작하게 된 경찰-검사-스폰서를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전형적인 삼각구도지만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관계의 권력구조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이중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 권력에 대한 지독한 냉소
이 작품은 최근 사회이슈화되고 있는 이른바 '스폰서 검사' 문제를 은연중 녹여낸다는 점에서 주목받기에 충분하다. 사법 혹은 수사권력과 기업 간 유착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부패사슬을 긴박하게 그려낸 것.
극중 이런 대목이 있다. 일식집에서 주 검사와 독대한 업체 사장이 "이사 가신 집은 괜찮으신가?"라고 묻자 주 검사는 "좋은 데 소개시켜 주셔서…"라며 고마움을 표시한다.
그러면서 주 검사는 "그래도 세금은 적당히 내라"고 조언을 곁들이자 사장은 "그러면 고생하시는 우리 검사님 양복은 누가 사 드리냐"며 껄껄 웃는다. 그러면서 '한정판' 명품 시계를 검사에게 불쑥 내민다. 이런 거래 이후 탈세 혐의를 받던 사장은 '약식 기소' 처분을 받아 '없던 일'이 된다.
부패사슬에 얽힌 건 경찰과 언론도 마찬가지다. 연쇄살인사건 해결을 위해 범죄조직과 '은밀한 뒷거래'를 하고, 신문사 기자는 '술접대'를 받고 권력의 입맛에 맞는 여론을 조성해 준다. 누구 하나 깨끗한 사람이 없다. 류 감독의 권력에 대한 냉소가 지독하게 묻어나온다.
· 앙상블로 어우러진 스타들의 호연
류 감독은 극중 등장인물들이 비열하고 악독하게 묘사된 것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지만 특정기관이나 개인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고 해명한 뒤 "발목을 잡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또 잡히는 먹이사슬 관계에 흥미가 있었고 먹고살기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곁들였다.
이를 뒷받침한 것은 주연인 황정민, 류승범, 유해진이 앙상블로 어우러진 빼어난 연기. 비열하고 지독한 세상을 관객에게 확실하게 체감하게 해주는 데 부족함이 없다.
여기에 천호진, 마동석, 조영진, 송새벽 등 저마다 개성넘치는 조연급 배우들의 연기는 강열한 인상을 남긴다.
볼거리는 이뿐 아니다.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이나 '나의 결혼 원정기'의 황병국 감독, '여고괴담' 시리즈를 만든 씨네2000 이춘연 대표, '님은 먼곳에'를 만든 타이거픽쳐스 조철현 대표까지 카메오로 출연해 관객들에게 넉넉한 웃음보따리를 선사한다. 28일 개봉
김호일 선임기자 tok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