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식 기자의 열린 건축 이야기] <20 > 부산 화명 수목원 전시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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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빼닮은 건축미

나뭇가지가 대지에 자연스럽게 흩어져 있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전시온실. 강선배 기자 ksun@


부산 금정산 자락 부산학생교육원 아래에는 화명 수목원(부산 북구 화명동)이 있다. '부산에 수목원이 어디 있어' 할지도 모르겠다. 화명 수목원은 아직 정식으로 개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목원은 금정산성 서문에서 500m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있다. 부지면적 11만 653㎡의 화명 수목원 안에는 현재 1층으로 된 전시온실과 2층 규모의 사무동인 관리사 2개 건축물만 들어서 있다. 현재 조성 중인 곳도 있고, 나무와 온실 내 식물도 제대로 안착해야 하는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 완전 개장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땅에 흩어진 나뭇가지 형상
창틀도 잎맥 연상

건물 옆모습·지붕은
가공된 평평함 대신 굴곡미



건축만큼은 개장에 앞서 주목을 받고 있다. 수목원 내 두 곳의 건물은 지난 2008년 수목원 건립공사 건축설계경기 당선작. ㈜시반건축사사무소(대표 안성호)에서 설계했다. 지난해에는 부산건축대전 완공건축물 부문 베스트 7에 선정되기도 했다.

철골조에 유리로 된 커튼 월(curtain wall) 시스템 외벽을 갖춘 전시온실은 건축면적이 879㎡가량 된다. 높이 10m에 건물 최대 길이 60m 정도.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규모다. 전시온실은 모양부터 사각형이나 삼각형과 같은 고정적 틀을 과감하게 깨 버렸다. 활처럼 휜 건물이지만 그렇다고 활의 모습은 아니다. 시반 건축의 김경수(35) 실장은 "이곳이 수목원이라 인공의 선보다 자연의 선을 찾았다. 수많은 나뭇가지가 대지에 자연스럽게 흩어져 있는 모습 가운데 한 공간을 가져온 것"이라 했다. 건물의 앉음새가 직선보다 곡선의 틀을 가졌으니 분명 자연의 선일 터. 그래서인지 감각적으로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자연의 선은 유리로 된 커튼 월의 창틀까지 확장된다. 창틀은 일직선이어야 한다는 개념에서 탈피, 창틀을 서로 엇갈리게 해 자연스러움을 잃지 않도록 배려했다. 창틀이 나뭇잎 표면의 줄무늬 같다.

건축가는 여기에 또 하나의 자연을 입혔다. 그게 바로 굴곡과 층(layer). 측면에서 보면 건물 오른쪽이 살짝 들린 듯 느껴진다. 분명 착시효과다. 지붕이 평평하지 않고 접혀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연의 대지는 바닥을 보면 굴곡이나 층(layer)이 있죠. 하지만 계획에 의한 인공 대지는 평평합니다. 이 건물을 인공 대지처럼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인위적인 공간이지만 이곳은 자연의 공간이기 때문이지요." 김 실장의 설명이 명쾌하다.

그는 "건물 외벽을 유리로 한 것도 비록 온실이라는 인공적인 조형물이지만 건물 안에 있는 식물과 바깥의 식물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 했다.

온실 안으로 진입해 위에서 식물을 내려다볼 수 있게 한 '에코 웨이'(ECO WAY)도 있다. 에코 웨이는 건물 바깥에서 자연스럽게 건물 안쪽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길의 경사는 10도 안팎. 길도 굽어 있어 자연스럽게 온실내부로 관람객을 안내한다.

하지만 동선의 역할을 하고 있는 에코 웨이의 너비가 다소 넓어 보인다. 외부보다는 건물 내부에서 더 그렇게 느껴진다. 길의 너비가 3m에 달하는 곳도 있다. 온실 내부에는 전시공간도 있어 이를 합치면 4m는 족히 될 듯하다. 김 실장은 "에코 웨이의 목적은 건물 내부 온실만 본다는 개념이 아니라 바깥 자연을 함께 보는 길이라는 개념을 포함하고 있어 일반 동선보다 조금 넓게 만들었다"고 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너무 많은 것을 온실 공간에 담으려 했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겠지만, 계단을 이용한 교육 공간이나 전시 및 휴게 공간은 이색적이다.

건축가들은 흔히 아름다운 건축은 건축주와 설계자, 시공자가 삼위일체가 될 때 만들어진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건물이 공공의 공간일 때는 달라진다. 건축주 대신 그 건물을 사용하는 사용자가 건축주의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다. 공공의 공간에서는 사용자와의 소통도 꼭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나 더 있다. 바로 자연이다. 자연과의 조화. 특히 이처럼 수목원일 경우는 더 그럴 것이다.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낙동강 조망 가능한 '관리사' 건물도 눈길

화명 수목원에는 전시온실뿐만 아니라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관리사' 건물도 눈길을 끈다.

관리사의 건축면적은 773㎡. 외벽이 황토색 방부목으로 덮여 있어 수목원 관리사무실 공간임을 알 수 있다. 1층엔 전시장과 체험학습장이 있고 2층엔 수목원 관리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사무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건물 진입부에 전시 공간, 화장실 등을 둠으로써 수목원을 찾는 시민 편의를 우선적으로 고려했음을 느낄 수 있다. 전시공간은 'ㄷ'자 형태. 전시공간 옆에는 미니 중정도 있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낙동강을 조망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들을 만나는 재미도 만끽할 수 있다.

관리사 건물의 규모가 비록 2층 높이이긴 하지만 다소 커 보이는 게 단점이다. 좀 더 아담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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