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시와 지역정치권은 뭘 했다는 말인가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은 근본적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중앙 정부, 중앙 언론 등의 지역차별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이 스스로 중앙 편중의 삐뚤어진 시각을 교정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뤄 보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지방에서 효율적인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이를 바로잡아 줬어야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부산시와 지역정치권은 여기에 실패했다.
동남권 신공항은 단순한 지방공항이 아니다. 지역 발전은 물론 국가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새로운 허브공항이다. 그러나 부산시는 이를 대통령이나 중앙 정부에 납득시키지 못했다. 되레 다른 이웃 지자체들을 끌어들이는 바람에 지역갈등의 원인을 제공했다. 지역정치권도 이런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은 동남권 신공항의 중요성이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듯 처음에는 뒷짐만 지고 있다가 지역 여론이 들끓자 뒤늦게 나섰다. 특히 집권여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의 경우 당내에서도 아무런 조정 능력을 보이지 못했다. 이 와중에 김형오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소신을 내세우면서 시민 정서와 상반되는 주장을 펴는가 하면 일부 의원들은 김해공항 확장론 등 절충론에 타협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정부나 청와대의 왜곡된 입장에 힘을 실어줬다.
부산시와 지역정치권은 이제 김해공항의 가덕도 이전을 독자추진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공항 추진과 관련된 모든 인허가 절차를 책임지고 있는 정부가 이를 수용할 리도 만무하지만 10조 원이 넘는 재원 마련도 엄두를 내기 힘든 형편이기 때문이다. 괜히 지금 시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이런 지키기 힘든 약속을 한다면 눈앞의 표를 얻기 위해 공약을 남발한 이 대통령과 다를 바 없어진다.
부산시와 지역정치권은 이런 참담한 결과가 나온 데 대해 스스로 반성할 점은 무엇인지부터 냉철하게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욱 치밀한 전략을 짜서 가덕도 신공항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납득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원점에서부터 차근차근 추진해야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