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사고사 여전히 높다… 산재 사망자 41% 차지
중대재해법 시행 후 경각심 불구
소규모 업체 안전 관리 부실 여전
작년 부산 산재 사망 10명 중 8명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 소속
노동계 ‘정순규 방지법’ 통과 촉구
지난 1월 부산 연제구 부산고용노동청 앞에서 민주노총 부산본부가 중대재해처벌법의 엄정 집행과 처벌강화, 실효성 있는 양형기준 마련 등을 촉구했다. 김종진 기자 kkj1761@
전국과 부산의 산업재해 사망자가 모두 증가한 상황에서, 여전히 건설 현장 사고 사망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안전관리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소규모 사업장에 산재 사망자가 집중되면서 현장 안전관리 강화와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의 ‘2025년 산업재해 현황’ 등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에서 질병·사고 등 산업재해로 숨진 근로자(이하 산재 사망자)는 360명으로 나타났다. 2024년 309명보다 51명(16.5%)이 늘었다. 이 가운데 추락·끼임 등 사고로 발생한 사망자 수는 49명으로, 전년(45명)보다 4명이 증가했다.
전국 산재 사망자도 증가했다. 지난해 전국 산재 사망자는 2248명으로, 전년보다 150명(7.1%)이 늘었다. 이 중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872명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45명(5.4%) 증가한 수치다.
업종별로 보면 부산을 비롯해 전국에서 건설업에서 발생한 사고 사망자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 건설업 사고 사망자는 361명으로 전체 산재 사고 사망자의 41.4%를 차지해 가장 높았다. 재해 유형으로는 건설 현장에서 주로 발생하는 떨어짐이 280명(32.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교통사고 125명(14.3%) △부딪힘 81명(9.3%) △깔림·뒤집힘 69명(7.9%) 순이었다.
건설 현장 산재가 반복되는 배경으로는 열악한 작업환경과 취약한 안전관리 체계가 꼽힌다. 특히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소규모 사업장은 안전관리 전담 인력 확보하기 어렵고, 인력을 두더라도 실질적인 안전관리 미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본적인 안전조치와 예방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추락 등 중대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부산에서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근로자 10명 중 8명은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 소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인 62%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영세사업장 비중이 높은 부산의 산업 구조상 안전관리 역량이 부족한 사업장에 사고 위험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 현장 안전관리 부실과 함께 산재 사망을 막기 위한 민간 차원의 법·제도 개선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오는 31일 경기 연천에서는 고 정순규 씨의 7주기 추모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정 씨의 유족과 참석자들은 지난해 9월 발의된 ‘정순규 방지법’(산업안전보건법 19조 일부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할 계획이다. 이 법안은 건설 현장의 안전관리 관련 서류를 위조하거나 거짓 작성하는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 정순규 씨는 2019년 부산 남구 문현동 경동건설 공사 현장에서 하도급업체 소속 노동자로 일하다 추락해 숨졌다. 당시 추락 방지 안전조치가 미흡했던 데다, 재판 과정에서 건설사 관계자가 정 씨를 안전관리감독자로 지정한 것처럼 꾸민 서류에 고인의 서명이 위조된 사실까지 드러났다. 유족과 노동계는 건설 현장의 안전관리 부실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을 요구해 왔다.
동아대 재난관리학과 이동규 교수는 “서류상 안전관리가 실제 현장에서 이행되는지 확인하고, 허위 서류 작성이나 안전조치 미이행에 대해서는 책임을 명확히 묻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