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공항 백지화' 민심 분노, 이 대통령 책임져야

  • 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정부가 끝내 영남권 주민들의 소망을 짓밟고 말았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30일 "새로운 공항은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동남권 신공항 입지 평가위는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두 후보지 모두가 불리한 지형조건으로 인해 환경훼손과 사업비가 과다하고 경제성이 떨어져 공항 건설이 부적합하다"는 심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부산·경남·울산·대구·경북 1천300만 영남권 주민들은 극도의 분노를 감추지 못하며 불복종을 선언하고 나섰다. "미리 짜여진 각본대로 이뤄진 사기극"이라며 신공항 독자 건설과 민자유치를 추진할 태세다.

이번 사태 발생의 중심에는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 있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는 결코 해서는 안 될 '공약 번복','국책사업 말 바꾸기'를 밥 먹듯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권 신공항의 건립 여부는 처음부터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김해공항이 포화상태에 이른 데다 공항 확장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공항 건설은 필수사항이었다. 그래서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신공항 건설이 추진되었고, 이명박 대통령도 후보 시절에 공약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신공항 백지화 발표로 이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다. 표를 얻기 위해 대선 때 약속을 했다가 당선 후 재검토하는 '정치적 접근'을 한 것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의 행정부처 이전 백지화 시도, 과학비즈니스 벨트 기능 분산 등도 오직 대통령 당선만을 위해 지킬 생각도 없이 국민들을 상대로 공약을 남발했다고 비판을 받고 있는 사례들이다.

현 정권의 수도권 중심적 사고도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가져 왔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신공항 후보지 모두 최소 합격선에 미달한 것은 극도로 낮은 경제성 점수 때문이었다. 그러나 국책사업은 결코 경제성만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다. 4대강 사업, 새만금 사업, 호남 고속철 건설 등은 경제성과 관계없이 국토균형발전과 미래비전을 위한 판단이란 이유로 추진되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신공항 최종 결정을 앞두고 '인천공항 물량 감소 우려'라며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수도권과 지방의 밥그릇 싸움으로 돌리는 언사들이 서울을 중심으로 마구 나왔다. '지방공항의 저주'라는 자극적인 표현과 '신공항 백지화'란 말을 흘리고 다닌 것도 여권 고위 관계자들이다. 이 대통령이 누구인가. 그는 서울시장 시절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수도 이전을 막고 싶다"는 발언을 할 정도의 수도권 중심적 사고를 가진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청와대 참모들과 측근들이 대통령의 의중에 맞춰 동남권 신공항 무산을 이끌어냈다는 의혹의 시선을 거둘 수 없는 이유다.

과락제 도입도 신공항 백지화를 염두에 둔 꼼수에 불과하다. 평가 심사 이전에 이미 '50점 미만 탈락설'이 언급됐었다. 선정입지평가 심사에서도 50점 이하로 맞추기 위한 작업이 있었다는 '사전 조작설'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 평가 내용을 분석한 지역 전문가들이 밀양 지역 우위 항목에 대한 지나친 가중치 부여, 잘못된 점수 산정 등 엉터리 평가가 너무나 많다는 지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그들이 "도저히 수용하지 못할 정도"라고 선언했겠는가.

이명박 정권이 내년 총선과 대선 표심을 저울질한 결과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결정했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영남권 시민단체들과 주민들은 정부의 부당한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거리로 나갈 계획이다. 정권에 대한 저항의 도화선에 불이 당겨지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국회의원들의 탈당과 지자체 단체장들의 사퇴도 이어질 기세다. 당장 측근들이 포함된 지역 여당 국회의원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제 갈 길을 찾으면서 이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반기를 들고 있다. 그들은 대통령의 탈당마저 요구하고 있다. 이는 본격적인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과 여권 내 자중지란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이 대통령이 이런 재앙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하루빨리 자신의 공약폐기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실시하고, 신공항 재추진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가 권력 백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시기를 놓쳐 땅을 치고 후회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