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폭 맞추려 멀쩡한 나무 잘라, 수변부 곳곳 붕괴 위기
낙동강 둔치 현장 가보니
지난 4월 14일 낙동강 둔치에서 사람들이 말을 타고 있다. 말은 높아 새 눈에 잘 띄고, 말발굽과 말 울음 소리, 말똥 때문에 철새 서식에 안 좋다. 문화재보호구역에서는 허가 없이 말을 탈 수 없다. 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낙동강하구는 세계적 철새도래지다. 구포대교 아래쪽은 지금도 철새 보호를 위해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진행된 4대강 정비 사업은 둔치를 엄청나게 바꿔 놓았다. '생태공원'에 정작 생태는 뒷전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 황량한 들판으로
콘크리트·목재데크 '흉물'
쓰레기 가득, 낚시 흔적도
■ 황량한 벌판, 불모의 둔치
4대강 사업을 하기 전 염막 둔치에는 '생물 다양성 협약'이라는 게 있었다. 새 먹이로 쓰기 위해 벼를 수확하지 않는 대신, 정부에서 농민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것이다. 생물 다양성 협약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없어졌다. 둔치 정비를 이유로 농경지를 없앴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둘러본 염막둔치는 흙먼지만 날리는 황량한 들판이었다. 새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2006년께 만든 염막둔치 아래쪽 인공 습지도 갈대·수초가 잔뜩 침범해 새가 쉴 수 없을 정도였다.
습지와새들의친구 김경철 습지보전국장은 "이곳은 습지 기능을 사실상 상실했다고 보면 된다"며 "수심을 다양화하고, 수로를 넓히는 재정비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낙동강 수변부 파괴도 심각했다. 물속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육지와 연결돼야 하는데 가장자리 버드나무를 제거하면서 붕괴가 진행됐다. 강폭을 500m로 맞추기 위해 깎아낸 것도 추가 붕괴를 불렀다.
붕괴되는 수변부 안쪽으로 최근에 심은 버드나무가 있었다.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 국장은 "하천변이 붕괴되는 것은 오랫동안 안정화한 물길이 바뀐 데다 가장자리 나무까지 제거해 버렸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낙동강사업본부 이근희 사업부장은 "과거 주민들이 침식을 막기 위해 갯버들 같은 것을 많이 심었는데,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제거하고 물 흐름을 위해 수변부를 잘라냈다"며 "안정화 과정에서 붕괴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둔치 곳곳에 인위적으로 풀을 심은 것도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낙동강 둔치를 환경이 아닌 조경적 시각에서 접근한다는 것이다.
맥도생태공원에 있는 광장(4대강 사업 전 설치)은 수변부까지 타일을 깔아 생태계를 단절시켜 놓았다. 둔치에서는 사람들이 말을 타고 다니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 지천으로 깔린 인공 구조물
생태공원 곳곳에는 길이 거미줄처럼 나 있었다. 새들이 쉴 만한 곳에는 어김없이 길이 뻗어 있다. 염막 둔치에서 하구 쪽으로 난 길은 폭이 10m는 족히 돼 보였다. 바람이 불자 흙먼지가 날렸다.
김 국장은 "사람들이 오게 되면 새들이 경계를 하기 때문에 접근을 하지 않는다"며 "새 등 동물을 위한다면 사람의 접근을 최소화하는 게 필요하고, 결국 길을 상당 부분 폐쇄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다"고 지적했다.
둑길 아래쪽에 길게 포장한 콘크리트길도 문제다. 왕복 2차로 정도로 포장을 했는데, 관리 목적을 벗어나 지나치게 넓었다.
관리 도로 양쪽에 또다시 가로수를 심었다. 가로수가 자랄 경우 둑길 위에서의 시야를 방해할 게 뻔하다.
목재 데크도 지나치게 많았다. 염막, 삼락, 대저 둔치 등 곳곳에 데크가 자리 잡고 있었다.
김 국장은 "데크를 만드는 것은 습지 위로 뭔가를 구경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인데, 쓸데없이 많이 설치돼 있다"며 "결국 이런 구조물들이 새들의 접근을 차단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산시가 둔치를 조성하기 전에 환경단체들과 협의를 했지만 나중에 그 내용을 깡그리 무시하고 계획에 없던 것들을 마구잡이로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도 "몇 군데 데크는 우리가 봐도 흉물스럽다"고 인정할 정도였다. 삼락 둔치에 석축을 쌓아 조성 중인 요트계류장도 수생태계의 자연적인 천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 무엇을 위한 생태공원인가
지난 3일 개장한 대저생태공원에는 광활한 유채꽃밭이 있다. 하지만 봄 축제를 목표로 조성되다 보니 정작 새를 내쫓는 일까지 벌어졌다. 김 국장은 "지난겨울 한 주민이 꽹과리를 들고 새를 쫓는 것을 봤다. 이유를 물으니, 봄에 축제를 해야 하는데 꽃을 먹어 치우지 못하게 새를 쫓고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대저둔치에는 습지로서 가치가 있는 신덕습지가 있다. 대저둔치에는 생태공원이 조성됐지만 정작 신덕 습지는 방치돼 있었다.
11일 둘러본 습지에는 쓰레기가 가득했고 가장자리 곳곳에서는 낚시꾼 흔적들이 발견됐다. 김 국장은 "원래 고니·기러기·오리 따위가 많았는데, 올해는 좀체 보이지 않는다"며 "부산시가 둔치를 정비해 사람은 모아놓고 정작 생태적으로 중요한 습지는 방치해 이런 결과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태공원을 표방하지만 생태는 없고, 나들이용 공원만 있는 게 지금 낙동강 둔치의 현실이다"며 "생태공원이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자연을 좀 더 배려해야 한다는 환경단체의 지적을 외면하더니 결국 이 꼴로 만들어 놓았다"고 지적했다. 김마선 기자 m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