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하구는 '개발'과 '보존'이라는 가치가 가장 치열하게 부딪치는 곳이다. 하지만 그동안 보존이라는 가치가 주로 밀렸다.
크게 볼 때 기수역(강물과 바닷물의 교차 지점) 파괴를 부른 하굿둑 건설, 을숙도 쓰레기 매립 등이 그런 예라고 할 수 있다.
둘 간의 싸움에서 또 한 번 획을 긋는 것이 바로 4대강 사업이다. 4대강 사업으로 정비된 낙동강하구 둔치는 온통 생채기 투성이다.
낙동대교 아래 2만 마리 감소
먹이 찾아 남으로 남으로…
비사업구간 하류갯벌 '북새통'
낙원 되살리는 공존방식 찾아야
■ 그 많던 철새들 다 어디 갔어?
습지와새들의친구는 지난 2008년부터 동절기(11~2월)마다 낙동강하구에서 새를 조사한다. 대천천 입구부터 하굿둑까지 16㎞에서다.
이 단체는 최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4대강 사업을 하기 전(2008~2009년)과 후(2011~2012년)의 철새 수가 현저히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46.9%가 줄어든 것이다.
낙동대교 아래가 심했다. 개체수는 73.7%(2만6천268→6천906마리), 종은 12종(45→33종)이 줄었다.
염막둔치 주변에서 특히 많이 감소했다. 벼를 수확하지 않고 철새들이 먹도록 놔두던 곳이 염막둔치다.
4대강 사업으로 둔치를 정비하면서 제도(생물 다양성 협약)가 지난 2010년 없어졌다.
잠수성 오리류의 타격도 컸다. 4천361마리가 관찰됐던 게 4대강 사업 이후 678마리로 84.5%가 줄었다.
습지와새들의친구는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의 의뢰를 받아 조사를 진행한다. 조사 결과는 철새와 관련한 국가 공식 통계 자료로 제공된다.
환경부 '전국 겨울 철새 동시 센서스' 자료에서도 철새들이 많이 줄어든 사실이 확인된다. 낙동강 하구(화명둔치~서낙동강~맥도강~평강천~하굿둑) 철새 수는 2010년 2만1천612마리(93종)였던 것이 지난해 1만9천350마리(64종), 올해 1만4천916마리(59종)였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허위행 박사는 "전체적으로 최근 들어 낙동강하구 철새 수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 쫓겨난 새들 하류에서 북새통4대강 사업으로 상류 둔치에서 새들이 살 수 없게 되면서 하구 사주 주변 서식지는 말 그대로 북새통이다.
경성대 기초과학연구소 홍순복 박사(조류 전공)는 "염막, 대저 등지에서 살던 새들이 명지갯벌 등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은 하굿둑 아래쪽으로 몰리면서 일대가 북새통이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오래 머물 수 없고, 먹이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는 천연기념물 제 179호다. 지난 1966년 7월 13일 철새 보호를 위해 8천727만㎡가 지정이 됐다. 구포대교 아래쪽으로 낙동강과 서낙동강, 김해평야, 둔치가 문화재보호구역이다.
문화재청이 밝힌 천연기념물 지정 이유는 이렇다. '부산과 김해평야 사이 넓은 하구지역에 삼각주와 모래언덕이 발달했고, 거기에 도요새나 물떼새 따위가 집단 서식하면서 물에 사는 작은 동·식물을 먹는다.'
낙동강 하구가 또 중요한 것은 일본과 한국, 러시아를 잇는 철새 도래지의 중간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국제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낙동강사업본부 이근희 사업부장은 "현재 새가 줄어든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고 다시 안정화하면 나아질 것으로 본다"며 "생물 다양성 협약을 체결했던 지역에는 다시 1만~1만5천 평 정도의 논이나 자운영밭을 조성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 새들 쉴 수 있는 '거리'가 필요낙동강 둔치 생태공원마다 있는 것은 물웅덩이(폰드)다. 하지만 그런 웅덩이가 있는 곳 중 상당수에 목재데크가 있다. 데크가 있다는 것은 곧 사람이 접근할 수 있다는 뜻이다.
환경적으로 보기에 인위적 데크는 철새들에게 아주 좋지 않다. 환경단체들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요구하는데, 이런 식의 공존은 공존이 아니라 파괴인 것이다.
홍순복 박사는 "새들에게는 조용히 살 수 있도록 사람 접근으로부터 일정한 거리가 필요하다"며 "기러기는 400m, 두루미는 250m 정도가 있어야 제대로 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새들을 위한 먹이터 확보도 중요하다. 자연을 위한 배려다.
부산시 낙동강하구에코센터 관계자는 "새들은 서식처가 파괴되면 다른 쪽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안정화하면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둔치 생태공원에 먹이터를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순복 박사도 "지금도 생태공원 공사가 진행 중인데, 아직 시설이 들어서지 않은 곳에는 새 먹이터를 두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낙동강하구를 다시 철새들의 낙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인공적 구조물 축소, 인간으로부터의 거리 보장, 먹이터 복원 등이 시급하다. 4대강 둔치 정비사업은 다시 한 번 자연과 인간의 공존 방식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김마선 기자 m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