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당선인 상생의지 무시 '대기업 식자재'
CJ프레시웨이가 지역 업체들과 손잡고 만든 식자재 유통업체 프레시원이 중소기업청의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무시하고 영업에 들어가 파문이 일고 있다. 4일 오전 부산 동구 좌천동 프레시원의 물류센터에 식자재를 실어 나르는 탑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김경현 기자 view@지역 식자재 유통시장 진출을 노리는 대기업 합작 식품유통업체인 프레시원이 중소기업과 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사업조정 권고를 정면으로 무시하고 영업을 강행해 파문이 일고 있다. 대기업 식자재업체인 대상 베스트코는 사업조정 제도의 맹점을 악용해 우회 출점하는 방법으로 식자재시장에 진출, 저가 판매공세를 벌이고 있다.
이는 모처럼 형성된 대·중소기업 상생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차기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및 동반성장 정책에도 역행하는 것이어서 사업조정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CJ 프레시원, 사업조정 권고 외면 배짱영업
대상 베스트코, 우회 출점 뒤 저가 판매공세
"허술한 법 악용 골목 침투, 실효성 강화 절실"
4일 오전 부산 동구 좌천동 옛 대한통운 컨테이너적치장 부지에 들어선 대형 창고. 새해 들어 밀가루, 설탕, 단무지 등 식자재를 가득 실은 트럭들이 분주하게 창고를 드나들었다. 창고 내에는 지게차들이 각종 식자재를 산더미처럼 쌓아 놓았다. 지상 3층, 연면적 1만 1천55㎡ 규모의 이 창고는 ㈜CJ프레시웨이가 부산지역 5개 식자재업체와 손잡고 설립한 식자재 납품법인 프레시원의 물류센터.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부터 영업을 개시했다.
문제는 프레시원이 중소기업청의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무시하고 영업을 개시한 것. 중기청은 대기업의 골목식당 식자재시장 진출이 현실화할 경우 지역 중소상인들이 받을 심각한 피해를 고려, 지난해 11월 22일 사업개시 일시정지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프레시원은 사업조정을 신청한 부산도소매생활유통협동조합(이하 부산도소매협동조합) 간의 자율 조정이 이뤄지거나 중기청 사업조정심의위원회의 조정 권고가 이뤄질 때까지 사업개시를 일단 중단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프레시원 한기대 대표는 "중기청의 사업조정 권고는 법적인 강제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12월 초로 예정됐던 사업개시가 차일피일 늦어지면서 프레시원에 참여한 업체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져 불가피하게 영업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부산도소매협동조합 이정식 조합장은 "지난달 24일 중기청 중재로 사업조정을 위해 열린 1차 자율조정 회의가 결렬되자마자 영업을 개시한 것은 애초부터 지역 중소상인들과 상생할 의지가 없었던 것"이라며 반발했다.
또 대상 베스트코는 사업조정 제도의 맹점을 활용하고 있다. 대상그룹은 베스트코를 열 때 지역 식자재업체를 인수한 뒤 신규 지점을 한동안 개인사업체로 운영하며 대대적인 저가 판매공세를 벌이며 소매업태를 하는 편법을 사용하고 있다.
일단 대기업 식자재업체임을 숨기고 매장을 연 뒤 90일이 지나면 사업조정 신청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을 악용했다. 대상은 이 같은 방법으로 지난해 말 울산 남구 삼산동에 출점시키고, 앞서 상반기에는 부산 금정·사상·연제·남구에 4개 점포를 잇달아 출점시켰다.
이정식 조합장은 "대기업이 사업조정 제도를 무시하고 골목상권 도매사업에 계속 진출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보다 강력한 의지를 갖고 사업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현철·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