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2호기 '엇갈린 진단' 혼란 부추기는 여야
최근 침수로 가동이 중단된 고리원전 2호기 복구작업 현장시찰에 나선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운데)와 문재인 당 원전대책특위원장(오른쪽)이 4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본부에서 2호기 순환수펌프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집중호우로 가동이 중단된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전 2호기를 찾은 여야가 극단적으로 엇갈린 진단을 내놓아 논란을 빚고 있다.
민생현장을 챙기겠다며 똑같은 장소를 찾은 정치권의 행보가 오히려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과 문재인 의원 등은 4일 폭우로 일부 발전시설이 침수됐던 고리원전 2호기를 방문해 현장 관계자로부터 사고 원인과 향후 대책 등을 보고받았다.
새누리·새정연, 현장 방문
야 "노후 원전 가동 재검토"
여 "본체는 전혀 이상 없어"
문 의원은 이 자리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안전기준이 강화됐는데도 이 정도 비의 양을 감당하지 못했으니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고리원전 1호기는 이른 시일 내에 가동을 중단하고, 가동 32년째인 고리 2호기 등 30년 넘은 원전 가동에 대해선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 원전안전대책특위 소속의원들도 초기 발전소 건설 때 기록적인 폭우에 대비할 수 있게 설계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원전 가동 중단으로 국민에게 불안감을 줬다고 질타했다.
앞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달 27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고리원전 2호기 가동이 중단됐다고 해서 큰 걱정을 하고 가봤지만 원전 본체는 전혀 이상이 없고, 멀리 떨어진 냉각수 펌프가 폭우로 고장 나 원전 안전을 위해 일시 중단시킨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리원전을) 후쿠시마와 체르노빌에 비교하는 것은 과하다"며 "원전은 전혀 문제 없이 안전함을 확인하고 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고가 발생한 직후인 지난달 26일 고리 2호기 사고현장을 둘러봤다.
이처럼 여야가 원전 안전에 대해 현격한 시각차를 보인데 대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기구가 정밀진단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황재문 부산 YMCA시민중계실장은 "시민단체와 전문가 그룹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현장조사 활동을 벌인 뒤 투명하고 객관적인 보고서를 내놓는다면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대·기장을 지역구의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이번 사고를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연결시키는 것은 과도하다"면서도 "그렇다고 가동이 중단됐다는 엄중한 현실을 외면해서도 안된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주민들이 불안해 하는 만큼 현장 답사나 설명회 등을 실시해서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며 "특히 고리지역의 원전은 지진이나 해일보다는 폭우에 따른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만큼 앞으로 철저한 맞춤형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