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기만하는 리얼리티 관찰 예능… ‘리얼’은 없고 조작만
과도한 설정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위)와 조작 논란으로 이번 시즌을 종영한 TV조선 ‘아내의 맛’ 한 장면. 방송화면 캡처·TV조선 제공‘리얼리티 예능’이 연일 조작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를 보는 시청자들의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연예인의 사생활을 공개하는 방송으로 대중에게 신선함을 준 리얼리티 포맷이 시청률 위주로만 맞춰지면서 폐해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방송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는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관련 민원이 다수 접수됐다. 제작진이 출연자에게 부적절한 몰래카메라를 진행해 심리적인 학대를 가했고, 과도한 설정을 넣은 조작 방송으로 시청자를 기만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무리한 상황 연출 또는 멘트 조작
기획 의도와 달리 거짓 의혹도
“사실성 추구하는 초심 돌아가야”
문제가 된 회차는 지난 13일 전파를 탄 408회다. 이날 출연자인 기안84는 10년간 연재한 웹툰 ‘복학왕’ 완결 기념으로 모임을 준비했다. 하지만 다른 출연진은 아무도 등장하지 않았고 씁쓸한 표정을 짓는 기안84의 표정이 비쳤다. 제작진은 해당 장면에서 예전에 함께 여행을 갔던 장면을 교차 편집하면서 ‘울컥’ 등의 자막을 띄우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1인 가구의 생활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는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가 변질됐다며 잘못된 연출을 지적하고 있다.
리얼리티 예능이 이런 문제로 입방아에 오른 건 처음이 아니다. 최근 연인과의 갈등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중견 배우 김용건은 2015년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싱글남 생활을 공개했다. 하지만 최근 그가 연인 A 씨와 2008년부터 만남을 이어온 게 알려지며 해당 방송은 거짓 의혹에 휘말렸다. 또 그가 지난해 9월 리얼리티 예능을 표방한 MBN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3’에서 배우 황신혜와 핑크빛 분위기를 조성한 게 회자되면서 시청자의 뭇매를 맞았다.
그런가 하면, SBS의 ‘미운 우리 새끼’는 중년이 되도록 혼자 사는 연예인의 일상을 보고, 그들의 어머니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주요 콘셉트다. 최근 결혼 소식을 알린 방송인 박수홍은 지난 5년간 이 프로그램에서 화려한 싱글 생활을 공개했지만, 당시 이미 아내와 교제 중이었단 의혹을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박수홍은 “프로그램 출연은 아내와 만나기 전”이라고 해명했지만, 일부 시청자 사이에선 여전히 비판이 나오는 모양새다.
TV조선 ‘아내의 맛’과 MBN ‘현장르포 특종 세상’도 조작 논란으로 뭇매를 맞았다. ‘아내의 맛’은 함소원의 조작 방송으로 문제가 된 뒤 결국 이번 시즌을 종영했다. ‘현장르포 특종 세상’ 제작진은 지난달 출연한 전 축구선수인 송종국의 방송분에서 아들 송지욱에게 “아빠랑 살고 싶다”는 멘트를 시킨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한 지상파 예능 PD는 “재미가 있어야 시청률을 높일 수 있다 보니 미리 콘셉트를 잡거나 소재를 던져주는 경우가 많다”며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는 장면도 사실 홍보를 위해 연출한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프로그램들이 진정 얼마나 사실성을 추구하고 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며 “게스트로 출연하는 사람들은 홍보를 위해 출연하는 경우가 많아 꾸며진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젠 출연진들도 자신이 어떻게 비춰질 지 알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행동하려는 경우가 많다”면서 “리얼리티의 색깔을 더 잃기 전에 기획 의도와 초심을 짚고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