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돈 되는 기사
송지연 경제부 부동산팀장
7년 전 미국의 대표적인 신문인 워싱턴포스트의 본사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워싱턴포스터는 아마존에 인수된 지 1년도 안된 때였다. 그때 워싱턴포스트에서 만난 이는 디지털 콘텐츠 부장인 데이빗 비어드(David Beard)였다. 제프 베조스가 인수한 워싱턴포스트의 디지털 체질 개선을 주도한 이들 중 한 사람이었기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컸다.
그가 소개한 전략은 소셜미디어 활용, 동영상 콘텐츠 확대, 독자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점을 두는 사업 중 하나로 뉴스레터를 꼽았다. 독자들의 다양한 관심에 맞춰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 제공을 위해 뉴스레터는 중요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디지털 전략의 궁극적인 목적은 독자 개인의 필요와 취향에 맞추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독자와 직거래 모델 만든 해외 언론들
국내 언론은 포털 종속으로 수익 악화
유료 콘텐츠나 새로운 시도로 탈출 노력
돈 벌어주는 뉴스에 구독료 경향 뚜렷
이야기를 듣고 나서 사실 약간은 김이 샜다. 좀처럼 미래가 안 보이는 신문 산업의 위기를 타개할 만한 전략 치고는 획기적이라기보다 소박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특히 뉴스레터 서비스는 당시에 한국에서도 일부 언론사가 시행 중이었다. 웹사이트에서 이미 나온 기사를 갈무리하는 뉴스레터가 강력한 유인 장치가 될지 의구심도 들었다.
하지만 이후 들려오는 워싱턴포스트의 성과는 꽤나 성공적이었다. 아마존에 인수될 당시 2600만 명이던 사이트 방문자수는 9000만 명이 넘고 디지털 유료 구독자는 3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아마존 인수 직후 사무실 곳곳은 해고된 이들의 빈자리로 듬성듬성했지만, 당시 580명이던 기자가 현재 1000명을 넘는다는 소식도 들린다.
현재 워싱턴포스트는 주제별 혹은 뉴스를 접할 시간대별로 세심하게 분류해 뉴스레터를 40여 종 발행하고 있다. 방문자 수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충성도 높은 유료 독자를 붙잡아 두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워싱턴포스트 뿐만 아니라 해외 신문사들이 디지털 유료 독자 늘리기에 성공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착잡한 심정이 들면서 내 탓과 남 탓을 동시에 하게 된다. 내 탓이라면 언론사의 디지털 전략의 부재를 꼽을 수 있겠다. 정론지를 자처하는 국내 언론사조차도 디지털 문법의 제1 조건으로 ‘클릭이 될 만한’ 화제성 혹은 선정성을 꼽는다는 점이다.
한편으로는 언론사들도 ‘그런 전략을 쓰고 싶지 않다’고 항변하지 싶다. 아무리 심층기획으로 훌륭한 기사를 써도 ‘세상에 이런 일이’ 류의 화제성 기사 클릭 수를 넘기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언론사가 기자 인건비 등 온갖 비용을 투입해 제품(뉴스)을 만들어도 소비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무료로 뉴스를 산다. 무료로 뿌려지는 기사를 보기 위해 독자들이 언론사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것도 아니다. 트래픽이 곧 돈이 되는 시대이니, 독자들이 언론사 홈페이지를 직접 방문한다면 그나마 사정은 낫다. 광고주들이 언론사에 광고를 하게 돼 언론사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언론사가 아니라 포털이 뉴스를 무료로 뿌리면서 광고주들의 돈이 포털에만 집중되고 있다.
현재로선 재주는 언론사가 부리고, 돈은 포털이 챙기는 구조다. 여기에서 언론사가 독립하는 것도 쉽지 않다. 디지털 영토 안에서 포털이라는 집주인의 건물에 언론사는 세들어 사는 임차인 신세와 비슷하다. 월세를 내는 대신, 매일 만든 생산품을 공짜로 임대인에게 주는 셈이다. 물론 몇년 전부터 포털은 이런 비판을 해소하고자 언론사에 뉴스에 대한 대가를 일부 지불하기도 한다. 하지만 언론사가 제품 생산에 투입하는 비용에 비하면 턱이 없는 수준이다.
최근 몇몇 언론사들은 포털을 거치지 않고 직접 독자와 소통하기 위한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일부 콘텐츠를 유료화하고, 자체 홈페이지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확장성을 위해 포털에서 유료 콘텐츠를 배포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아직 초기라서 그런지 이들 유료 콘텐츠에 대한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그나마 돈을 주고서라도 보겠다고 찾는 뉴스는 주로 부동산이나 주식, 코인과 같은 재테크 관련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돈 되는 정보에만 돈을 쓰는 현상’은 다른 분야의 유료 콘텐츠의 질과 양이 독자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해서일까?
“송 기자, 부동산 담당으로 부서를 옮겼다면서요? 좋은 정보 있으면 나눕시다!” 지난 주 금요일 경제부에 발령이 나면서 이런 인사를 많이 받았다. 기자를 포함해 돈이 되는 정보에 대한 갈증은 누구나 있다. 지천으로 널린 양질의 콘텐츠를 넘는, 독자들에게 돈을 벌어줄 수 있는 정보를 쫓아야 하는 업무를 시작하며 이래저래 고민이 많아진다. sj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