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굴 껍데기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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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매서운 지금 굴이 제철이다. “사랑하고 싶다고? 그럼 굴을 드시라”는 말이 있을 만치 굴은 탁월한 강장식품이다. 그런데 요즘엔 굴(알맹이)보다 굴 껍데기가 더 각광받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쿠투브디아 섬.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섬인데, 최근 굴을 암초처럼 쌓아 방파제로 만들었다고 한다. 굴 방파제는 이점이 여럿 있는데, 굴이 스스로 개체 수를 늘려 저절로 방파제가 높아지고, 수질까지 좋아지며(굴 하나가 하루에 190L의 물을 정화한다), 유지·보수 비용도 따로 들지 않는다고 한다. 일석삼조인 셈이라 미국, 호주, 네덜란드 등 세계 각지에서 굴 방파제를 도입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용도로 굴 껍데기가 주목을 받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철을 만드는 데 굴 껍데기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단단한 덩어리로 만드는 소결 공정에 원래는 석회석을 썼는데 이를 굴 껍데기로 대체한 것이다. 석회석을 사용할 때보다 제철 비용도 크게 줄이고 탄소 배출량도 연간 40만 톤가량 줄이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한다.

한국남동발전은 화력발전 때 나오는 배기가스 속 황산화물을 제거하는 데 굴 껍데기를 사용키로 했다. 굴 껍데기에 있는 석회 성분을 추출해 황산화물을 걸러 내는 방식으로, 이를 위해 한국남동발전은 통영시와 협력해 굴 껍데기 자원화 시설을 만들어 2023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원래 굴 껍데기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굴 껍데기는 법적으로 사업장 폐기물로 분류돼 함부로 버리지 못한다. 우리나라 최대 굴 생산지인 통영을 비롯한 경남에서만 매년 30만 톤 정도의 굴 껍데기가 발생하는데 이중 일부만 사료나 비료 등으로 활용될 뿐이다. 나머지는 포구나 마을 주변에 쌓인 채로 방치됐는데, 어촌 경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악취와 해충으로 주민들은 골머리를 앓아 왔다. 그랬던 굴 껍데기가 잘만 하면 황금알 낳는 거위로 거듭나게 생긴 것이다.

근래 굴 양식업계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집단 폐사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덜렁 남아 있다는 것이다. 피해가 심한 곳은 전체 입식량의 80%가 넘는다고 하니 보통 일이 아니다. 이런 형편에 굴 껍데기라도 그 쓰임이 날로 많아지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나 할까. 속만 태우고 있을 어민들에게 다소 위안이 됐으면 한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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