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춤 편식 심각…전통춤 이제는 질적으로도 높아져야”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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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무용협회·국립부산국악원
영남춤 라운드테이블 8일 개최

문화재 지정·교수 전공에 쏠려
“전통춤 접근 방식 다양화 필요”
“무용협회 60년 공과 돌아봐야”

8일 오후 국립부산국악원 예지당에서 열린 부산무용협회 60주년 회고와 전망 라운드테이블 종합토론 장면. 부산무용협회 제공 8일 오후 국립부산국악원 예지당에서 열린 부산무용협회 60주년 회고와 전망 라운드테이블 종합토론 장면. 부산무용협회 제공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춤인 승무, 살풀이춤, 태평무가 대한민국의 전통춤을 망치고 있다.”

꽤 충격적인 발언인데, 이런 말이 나온 데는 배경이 있다고 한다.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승무와 살풀이춤, 그리고 태평무를 배우려는 무용가들은 물밀듯 밀려들고 극장에서도 자주 공연되지만, 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한 다른 전통춤의 경우는 그렇지 못한 현실을 빗댄 말이라는 것이다.

지난 8일 오후 2~6시 국립부산국악원에서 열린 ‘부산무용협회 60주년 회고와 전망, 영남춤 라운드테이블’에선 △대한민국 전통춤 공연, 어디로 가고 있나?-최근 전통춤 공연의 몇 가지 양상(장광열 춤 비평가) △영남춤과 부산무용협회 60년(김연화 영남춤학회 대표·부산시 문화재 전문위원) △영남춤과 창작 작업, 그 문제점과 가능성(송성아 춤 비평가·부산대 학술연구교수)에 대한 각각의 주제 발표 이후 자리를 옮겨 40분 정도 주제별 토론을 거치고, 그 결과를 모아서 종합 토론을 하는 ‘라운드테이블’로 진행됐다.

8일 오후 국립부산국악원 로비에서 열린 '부산무용협회 60주년 회고와 전망' 발제가 끝나고 조별 토론을 벌이고 있다. 부산무용협회 제공 8일 오후 국립부산국악원 로비에서 열린 '부산무용협회 60주년 회고와 전망' 발제가 끝나고 조별 토론을 벌이고 있다. 부산무용협회 제공
8일 오후 국립부산국악원 로비에서 열린 '부산무용협회 60주년 회고와 전망' 발제가 끝나고 조별 토론을 벌이고 있다. 부산무용협회 제공 8일 오후 국립부산국악원 로비에서 열린 '부산무용협회 60주년 회고와 전망' 발제가 끝나고 조별 토론을 벌이고 있다. 부산무용협회 제공

이날 행사는 국립부산국악원과 대한무용협회 부산지회가 공동 주최했으며, 김온경·김정순·최은희·윤여숙 무용가를 비롯해 오수연 부산예총 회장, 김평수 부산민예총 이사장, 이정엽 국립부산국악원장, 김갑용 부산무용협회 회장, 이정윤 부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 김평호 대전시립무용단 예술감독, 김용철 천안시립무용단 예술감독, 정신혜 전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 예술감독 등 120여 명이 함께했다.

8일 오후 국립부산국악원 예지당에서 열린 '부산무용협회 60주년 회고와 전망'에서 장광열 춤 비평가가 발제하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8일 오후 국립부산국악원 예지당에서 열린 '부산무용협회 60주년 회고와 전망'에서 장광열 춤 비평가가 발제하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장광열 춤 비평가는 최근 전통춤 공연이 양적으로 많이 증가했음을 언급했다. 무엇보다 전통춤을 출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생겨났고, 이를 계기로 전통춤을 테마로 한 기획 공연이 많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또한 전통예술 부문 기획자들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한 것도 주요 요인이라고 봤다. 여기에 크고 작은 무용 축제에서도 전통춤 공연이 프로그래밍 되기 시작했음을 알렸다.

한데, 이쯤에서 우리가 살펴봐야 할 몇 가지 시사점이 있다고 장 비평가는 말했다. 모두에서 지적한 특정 춤 편식 현상이다. 그는 자신이 몸담은 대학을 예로 들며 ‘한영숙류’ 이수자가 대학교수로 있다 보니 거의 하나만 배우고 졸업한다고 말했다. 승무, 살풀이춤, 태평무가 정말 훌륭한 춤인 건 맞지만, 다른 좋은 춤도 공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비근한 예로 중국의 북경무용학원 학생들은 56개 소수 민족이 보유하고 있는 대부분의 소수 민족춤을 배우고 졸업한다는 부연 설명도 했다. 기껏해야 서너 개의 전통춤을 배우고 졸업하는 우리나라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더욱이 그는 “언제까지 전통춤을 냉동고에 보관만 하고 있을 것인가”라며 “전통춤의 자산을 해동해서 새로운 요리를 만들 때 접근하는 방식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통춤 공연은 극장 구조 성격에 따라 연출적인 것이 가미돼야 한다는 것과 전통춤 공연에서의 반주(음악)는 너무나 중요한데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호흡을 맞출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춤 해설자를 둘 경우도 자칫 공연자 홍보로 흐르는 것을 지양하고 춤 해설 본연에 충실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공공 예술축제로서의 영남춤축제에 대해서도 제언했다. “2017년 국립부산국악원 기획으로 시작한 영남춤축제가 점차 브랜드화되는 것 같다. 다만 어느 정도 축제가 자리를 잡았다면 전국의 전통춤 공연 현장을 직접 다니면서 출연자를 발굴하고 시간을 갖고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예술감독의 선임도 고려해 볼 만하다.”

결론적으로 장 비평가는 “양적으로 비대해진 전통춤 공연은 이제 질적으로도 높아져야 한다”면서 “기획자, 해설가, 무용수, 반주자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완성도 높은 예술 공연을 위해 환골탈태해야 하고, 무엇보다 전통춤은 보존과 전승 못지않게 향유도 필요하다”고 마무리했다.

8일 오후 국립부산국악원 예지당에서 열린 '부산무용협회 60주년 회고와 전망'에서 김연화 부산시 문화재 전문위원이 발제하고 있다. 부산무용협회 제공 8일 오후 국립부산국악원 예지당에서 열린 '부산무용협회 60주년 회고와 전망'에서 김연화 부산시 문화재 전문위원이 발제하고 있다. 부산무용협회 제공

이 밖에 ‘영남춤과 부산무용협회 60년’을 발표한 김연화 전문위원은 부산무용협회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부산무용가협회’가 결성(1957년)으로부터 1960년 7월 ‘부산무용협회’·1962년 6월 한국예총 경남지부 결성을 거쳐 1963년 1월 한국예총 부산지부로 개편되면서 무용협회는 이를 시원으로 삼아 60주년을 맞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문위원은 “예로부터 ‘소리는 전라, 춤은 경상’이라 하였다”면서 “경상이 지리적으로는 부산, 경남, 대구, 경북, 울산을 포함하고 있으니 이곳에서 추는 춤을 영남춤이라 칭한다”고 정의하고 “국가문화유산포털에서 제공된 자료를 근거로 국가무형문화재는 경남 9종목, 경북 2종목, 부산 4종목으로 모두 15종목이고, 시도무형문화재는 경남 16종목, 경북 7종목, 대구 6종목, 부산 12종목, 울산 1종목으로 합치면 모두 42종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외에도 비지정 종목이 20여 종목에 이르며, 이조차도 받지 못한 영남춤이 숱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열악하고 힘든 상황에서 60년을 굳건하게 버티며 부산무용을 지켜온 부산무용협회의 업적은 책 몇 권 분량으로도 모자랄 정도로 다양하고 많지만,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지나온 60년의 공과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마무리했다.

8일 오후 국립부산국악원 예지당에서 열린 '부산무용협회 60주년 회고와 전망'에서 송성아 춤 비평가가 발제하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8일 오후 국립부산국악원 예지당에서 열린 '부산무용협회 60주년 회고와 전망'에서 송성아 춤 비평가가 발제하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영남춤과 창작 작업, 그 문제점과 가능성’을 발표한 송성아 춤 비평가 역시 “전통춤은 이 땅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자산이고, 인간의 삶과 굉장히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어서 마땅히 보존·활용해야 하고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면서 영남 전통춤을 활용한 창작의 빈곤, 지역 전통춤 이해 부족, 당대성 확보 실패, 부실한 형식, 창작 작업 및 창작자 감소 개선 방향에 대해 해결 방안을 나름대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 김용철 예술감독은 “이제 더 이상 장르 구분은 무의미하다”며 “작가에게 중요한 건 작가성, 지역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김평호 예술감독은 “다양한 창작이 있으려면 창작 여건이 중요하다”면서 “예산과 공간 확보, 여러 기관 간 협업 등 계속 작업이 가능하도록 브랜드화해서 지속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미경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 예술감독은 “전통과 창작이 따로 있지 않다. 전통을 오래 하다 보면 창작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8일 오후 국립부산국악원 로비에서 열린 '부산무용협회 60주년 회고와 전망, 영남춤 라운드테이블' 행사가 끝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부산무용협회 제공 8일 오후 국립부산국악원 로비에서 열린 '부산무용협회 60주년 회고와 전망, 영남춤 라운드테이블' 행사가 끝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부산무용협회 제공

한편 객석에선 김해성 부산여대 교수가 “원로 무용가에 대한 아카이빙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고, 강주미 춤꾼은 “반백 년을 넘어선 부산무용협회가 그동안 무엇을 해 왔다가 아니라 했어야만 했는데 무엇을 못 했다는 이야기가 더 필요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또 윤여숙 무용가는 “대학 무용과가 많이 없어지면서 부산무용협회가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젊은 무용가들의 비빌 언덕이 되어야 하고, 원로들 혹은 중년 무용인들의 대변자가 되어서 회원들 권익을 위해 나서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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