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사막 축제 현장에 느닷없는 폭우…진흙탕에 7만 명 고립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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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장 된 네바다주 버닝맨 축제
하루 20mm 비에 사막이 펄로 변해
차량통행 막히고, 사망자도 1명 나와
주최 측 "자급자족이어서 대비 가능"

폭우로 미 네바다주 블랙록 사막의 축제 장소가 진흙탕으로 변한 후 참석자들이 평원에 뜬 무지개를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폭우로 미 네바다주 블랙록 사막의 축제 장소가 진흙탕으로 변한 후 참석자들이 평원에 뜬 무지개를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네바다주 사막에서 열린 축제 현장에 느닷없이 폭우가 내려 참가자 7만여 명이 진흙탕 속에 고립됐다. 사망자도 1명 발생했다.

3일(현지 시간) AP통신과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네바다주 리노에서 북쪽으로 약 177km 떨어진 블랙록 사막에서는 지난달 27일부터 ‘버닝맨’(Burning Man) 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지난 1일부터 2일 오전까지 이곳에 기습적인 폭우가 내렸다.

24시간 동안 내린 비의 양은 20mm에 불과했지만 건조한 땅에 배수로도 없어 7만여 명이 머무는 행사장 일대는 순식간에 진흙탕으로 변했다. 이 정도 강수량은 블랙록 사막에 두 달치 내릴 비가 하루 새 한꺼번에 쏟아진 것으로 주최 측도 미처 대비하지 못했다. 차 바퀴가 진흙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뒤섞여 아수라장이 되자 주최 측은 안전을 위해 차량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퍼싱 카운티 보안관실은 현장에 7만여 명이 고립돼 있으며, 행사 도중 사망자도 1명 발생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사망자의 신원이나 의심되는 사인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3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블랙록 사막의 축제 현장이 폭우로 진흙탕이 된 모습. '버닝맨'(Burning Man) 축제가 열리고 있는 이 지역에 지난 1일부터 2일 오전까지 기습적 폭우가 내려 참가자 7만여명이 고립됐다. 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블랙록 사막의 축제 현장이 폭우로 진흙탕이 된 모습. '버닝맨'(Burning Man) 축제가 열리고 있는 이 지역에 지난 1일부터 2일 오전까지 기습적 폭우가 내려 참가자 7만여명이 고립됐다. 연합뉴스

현장에서 차량 이동이 불가능해지자 수 킬로미터를 걸어서 나왔다는 고생담도 온라인 상에 이어지고 있다. 이곳에 있었던 팝스타 DJ 디플로는 코미디언 크리스 록과 함께 한 픽업트럭의 짐칸에 타고 있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이 차를 얻어타기 전에 진흙탕을 6마일(9.7km)이나 걸었다고 밝혔다. 그는 “(차를 잡으려고) 엄지손가락을 올리고 몇 시간 동안 길을 걸었다”며 “아무도 우리가 오늘 밤 쇼를 위해 (워싱턴) DC에 도착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을 것”이라고 썼다.

이날 오후부터는 다시 비 소식이 있어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밤사이 최대 풍속이 시속 64km에 달하는 돌풍과 함께 소나기, 우박이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예보했다. 주최 측은 참가자들에게 가능한 한 행사장 내에 머물고 준비해온 음식과 물품 등을 아껴 쓰거나 서로 나눠 써 달라고 당부했다.

주최 측은 성명에서 “버닝맨은 서로를 도울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이고, 우리는 여기가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가져오는 곳이라는 것을 알고 왔다”며 “우리는 이런 기상이변에 잘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2일(현지시간) 폭우로 진흙탕이 된 미국 네바다주 블랙록 사막의 '버닝맨'(Burning Man) 축제 현장을 한 참가자가 지나고 있다. 외신 매체들은 수일째 축제가 진행 중인 이 지역에 지난 1일부터 2일 오전까지 폭우가 쏟아져 참가자 7만여 명이 고립됐다고 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폭우로 진흙탕이 된 미국 네바다주 블랙록 사막의 '버닝맨'(Burning Man) 축제 현장을 한 참가자가 지나고 있다. 외신 매체들은 수일째 축제가 진행 중인 이 지역에 지난 1일부터 2일 오전까지 폭우가 쏟아져 참가자 7만여 명이 고립됐다고 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다소 반체제적인 성격을 띠는 이 축제는 캠핑과 전위적인 문화 공연을 결합한 형식으로 일주일가량 진행되며, 참가자들이 물과 음식, 필요한 물품을 직접 가져와 자급자족하는 것이 원칙이다. 악조건에서도 참가자 일부는 진흙으로 뒤덮인 채 춤을 추거나 비로 만들어진 웅덩이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모습 등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주최 측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성명을 내고 폐막일인 4일까지 인근 도시 리노와 180km 떨어진 행사장 블랙록 시티를 오가는 교통편 운행을 완전히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주최 측은 이날 밤 축제 피날레인 12m 크기의 대형 목조 인형을 불 태우는 행사를 강행한다는 계획이다.

버닝맨 축제는 1986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해변에서 벌인 모닥불 파티에서 기원했다. 이후 블랙록 사막으로 무대를 옮겨 매년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개최되고 있다. 참가자들은 일주일간 블랙록 시티에서 공동 생활을 하며 조형 예술 작품을 창작한 뒤 축제 마지막 날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린다.

최근에는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을 비롯해 실리콘밸리 셀럽들이 찾으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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