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오픈이노베이션과 부산 블록체인 클러스터
심준식 비온미디어 대표
9월 초 서울 내 특급호텔은 해외에서 몰려온 투숙객들로 만실이었다. 대규모 파티가 도심 곳곳에서 열렸고, 서울 시내 웬만한 호텔의 라운지는 연일 이어지는 투자 설명회 열기로 뜨거웠다. 아시아 최대 규모 아트페어인 ‘키아프·프리즈 서울’, 아시아 최대 규모 블록체인 콘퍼런스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 국내 최대 패션 행사 ‘서울 패션위크’가 모두 같은 주에 열렸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패션, 문화예술과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3개의 큰 축으로 기획된 서울의 전시 클러스터는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이처럼 잘만 기획하면 서로 다른 이종 비즈니스의 클러스터(군집화)는 서로 간에 시너지를 내며 기대 이상의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영역의 기술과 자원을 활용하여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이라고 부른다.
지난주 부산시는 부산의 블록체인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Target 2026 블록체인 부산’ 계획을 발표했다. 금과 은, 부산국제영화제 IP(지적재산권)등 가치를 지닌 자산이 토큰화돼 24시간 거래되는 블록체인 거래소를 설립하고, 부산을 블록체인 기술 도시로 성장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담당할 블록체인업 100곳과 이 기업들을 지원할 블록체인 펀드를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위한 기술기업을 한데 모으고,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디지털 자산을 거래하고, 이를 지원하는 블록체인 펀드를 설립하는 내용이다. 그야말로 부산을 블록체인 산업 ‘클러스터 도시’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이다.
9월 서울 특급호텔 투자자들로 만실
키아프·블록체인·패션 위크 열려
모객·투자 유치 서로 시너지 효과
부산, 클러스터 생태계 조성 급선무
대학·연구소·기업·펀드 유기적 결합
다양한 업종 연결해 신산업 창출해야
부산에서 만들어지는 블록체인 클러스터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우선 미국 보스턴의 바이오클러스터가 떠오른다. 보스턴의 바이오 클러스터는 지역 소재 명문대(MIT, 하버드)를 중심으로 연구소, 병원, 1000개 이상의 기업 등이 군집한 세계 최강의 바이오 클러스터이다. 연구기관, 병원, 기업, 지원기관, 벤처펀드가 하나의 지역에 집중적으로 모여서 대학교 연구실을 통해 바이오 연구가 집적되고,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기업 및 펀드들이 모이자, 주정부는 세제·금융 지원을 통해 선순환 벤처투자 생태계를 육성했다. 인력·자본이 매칭되면서 참여 주체 간 정보 교류·협업을 통해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처럼 부산도 지역대학, 연구소, 기업 그리고 투자펀드와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 자생적인 블록체인 클러스터 생태계를 만드는 방식으로 첫발을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의 대학, 연구소·기업의 잠재력은 충분하다. 항만 물류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대표적인 혁신 사례는 부산대 김호원 교수 연구팀이 개발하였다. 전투기의 역공학기술을 개발하는 세계적인 하드웨어 보안전문가 고려대 이중희 교수는 부경대의 드래곤밸리에 ‘블록체인 하드웨어 보안연구소’를 설립하고 안드로이드 OS통제기반 블록체인 하드웨어 월렛 개발에 성공했다. 부산이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된 이래, 많은 블록체인 기업이 본사 또는 지사를 부산에 열며 블록체인 사업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 ‘Target 2026 블록체인 부산’ 계획을 통해 발표된 것처럼 블록체인 기술기업 100개의 유치와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이 된다면 블록체인 기술 분야에서의 클러스터 효과가 본격화 될 것이라고 본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스위스의 추크나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블록체인 기술기업들이 모여들며 클러스터 효과를 내기 시작한 도시들과 경쟁하려면 부산 블록체인 클러스터만의 경쟁력이 필요하다. 부산의 블록체인 클러스터도 부산의 다양한 산업의 시너지 효과를 고려하는 오픈이노베이션 방식으로 추진하며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그 자체만으로도 독립된 첨단기술 산업분야이지만, 인터넷 기술처럼 다른 산업을 더욱 더 발전시키는 마중물로 쓰일 수 있다.
점과 점이 만나면 선이 되고, 선과 선이 만나면 면이 된다. 부산에 조성되는 산학연 블록체인 클러스터가 부산의 현재를 대표하는 조선·항만·물류인프라 산업과 부산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는 이차전지 산업과 만났을 때는 그런 극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부산에는 부산국제영화제, 지스타와 같은 훌륭한 문화예술 콘텐츠가 있다. 앞으로 만들어질 부산의 블록체인 기술 클러스터에 부산만의 문화예술 콘텐츠가 결합한다면 부산은 세계의 투자자들을 불러 모을 특별함을 가질 수 있다.
앞으로 만들어질 부산 블록체인 특구 클러스터에 부산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콘텐츠 산업과 부산의 현재를 상징하는 조선, 항만, 물류인프라 산업과 부산의 미래를 대표하는 이차전지 산업을 연결하여 새로운 지식·기술을 창출하는 오픈이노베이션 방식으로 부산 블록체인 클러스터의 경쟁력을 강화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