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징계 최고 수위는 출석정지? 구의회 '솜방망이' 규정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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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취소 수준 때도 조례상 제명 안 돼
재발 방지 위한 징계·처벌 필요성 제기

부산북구청 건물 전경 부산북구청 건물 전경

폭행부터 음주운전까지 부산지역 기초의원의 비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지만 지방의회의 내부 징계 기준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초의원의 비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징계 기준 마련과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일 부산 북구의회에 따르면 면허취소수치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은 국민의힘 소속 A 구의원의 윤리위원회 회부안을 다음 달 회기에 부칠 예정이다. 앞서 A 구의원은 지난 6월 8일 0시 10분께 동래구 한 도로에서 면허 취소 수준의 음주를 한 후 3km 가량 운전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A 구의원은 경찰 조사를 거쳐 검찰에 약식 기소돼 지난 8월 벌금 600만 원 약식명령을 받았다. A 구의원은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신분을 회사원으로 속이고 구의회에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음주운전도 모자라 수사기관에 자신의 신분까지 속였지만, A 의원의 징계 수위는 최고 30일 출석정지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북구의회는 행동강령 조례에 자체 징계 기준을 두고 있는데 음주운전 면허취소수치는 △경고 △공개사과 △출석정지로 징계 상한선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구의회 윤리위는 심의를 거쳐 징계 대상자에게 △경고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외에도 최고 수위로 제명 조치까지 내릴 수 있다. 구의회 행동강령 징계 처벌 세부 조례가 상위법(지방자치법)에 위반되진 않지만, 자신들의 징계 수위를 스스로 낮추려 한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북구의회뿐만 아니라 부산지역 기초의회 6곳도 징계 기준이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체 징계 기준을 둔 부산지역 의회는 △강서구 △기장군 △북구 △연제구 △중구 △해운대구로 모두 면허취소수치 음주운전을 한 의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최대 30일 이내 출석정지로 규정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구의원의 징계가 일반 공무원에 비하면 ‘셀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행정안전부 지방공무원 징계규칙에 따르면 공무원들의 음주운전은 최소 감봉 이상의 징계를 해야 한다. 경찰도 면허 취소수치 음주운전으로 최초 적발되면 정직까지 가능하다. 음주운전이 2회 이상 적발되면 징계 수위는 감봉부터 △정직 △강등 △해임 △파면까지 올라간다. 이와 비교해도 구의회의 징계는 처벌 실효성이 떨어지는 수준이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수사기관에 적발되는 비위 행위를 했다면 적절한 처분이나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데 자신의 신분을 속이는 행위는 주민을 대표하는 구의원의 자질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A 의원의 정당과 구의회는 이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제대로 된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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