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의식? 윤 대통령 '홍위병’ PK 초선 ‘침묵’
박수영·강민국·박성민 언급 없어
총선 앞두고 권력 눈치보기 해석
윤석열 대통령 홍위병 역할을 자처해온 부산·울산·경남(PK)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이번 당정 갈등 국면에서는 일제히 침묵하고 있다. 공천을 앞두고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 사이에 눈치보며 줄타기하는 모습이다.
23일 지역 여권에 따르면, 당 고비 때마다 초선 집단행동에 동참하며 단일 색채를 강화하는데 앞장서 온 부산 친윤 초선 박수영(남갑) 의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지역 일정만을 게재할 뿐 윤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간 충돌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날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이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특화시장 현장에서 만나 악수하는 사진 한 장만을 올린 게 끝이다. 앞서 지난해 1월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저울질하던 나경원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대사직에서 해임된 것에 대해 “일부 참모들의 왜곡된 보고”라고 말하자 “대통령을 향한 내부 총질”이라며 반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인요한 혁신위원회로부터 용퇴 압박을 받던 김기현 전 대표를 옹호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던 강민국(경남 진주을) 의원 또한 가장 최근 게시물은 지난 20일 출근길 빗속 인사 사진뿐이다. ‘윤심팔이’ 논란 이후 자중 중인 윤 대통령의 ‘친구’이자 친윤 초선의 리더 역할을 한 박성민(울산 중) 의원도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평소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여한 단체 대화방에서 친윤 단일 대오를 강조해온 다른 PK 친윤 초선들도 이용 의원이 공유한 ‘윤석열 대통령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지지 철회’ 기사 링크에 대해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당초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나경원 전 의원 축출을 위해 초선 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렸 듯 이번에도 당내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비대위원장 거취를 압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당내 중진들이 김 전 대표에게 희생을 요구했을 당시 15명 남짓 되는 초선 의원들이 단체 대화방에서 ‘자살 특공대’, ‘엑스맨’ 등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며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몇 달 새 돌연 태도를 바꾸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표면적으로는 4·10 총선이 불과 두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 이번 충돌을 잘 풀지 못하면 선거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당장 자신의 공천 문제가 달린 만큼 숨죽이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집권 2년도 안 된 대통령과 당권을 쥐고 공천을 주도해나갈 한 위원장 모두 팽팽하게 맞서다 보니 힘이 한쪽으로 쏠리기 전까지는 양쪽 모두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말이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