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판 ‘서울 둔촌주공’ 될까···외동 주공 조합원 ‘노심초사’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경남 김해시 첫 재건축 사업 난항
시공사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에
공사비 ‘평당 200만 원’ 인상까지
조합원 “추가 분담금 걱정에 뜬눈”


경남 김해지역 첫 재건축 사업인 ‘김해 외동주공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외동 705번지 일대. 이경민 기자 경남 김해지역 첫 재건축 사업인 ‘김해 외동주공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외동 705번지 일대. 이경민 기자

경남 김해지역 첫 재건축 사업인 ‘김해 외동주공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이 시공사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에 이어 공사비 인상 통보에 따른 마찰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24일 외동주공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지난해 11월께 공사비를 기존 평당 446만 5000원에서 627만 원으로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조합은 협상단을 꾸려 태영건설과 다섯 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 도출을 하지 못 한 상태에서 워크아웃 결정이 났다.

태영건설의 바람대로 공사비가 인상되면 평당 1130만 원이던 조합원 분양가는 1500만 원 대로 치솟는다. 1군 시공사가 분양 중인 주변 아파트 평당 가격이 1400만 원인 데다 조합원 분양가가 일반분양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조합원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종전 52㎡ 타입 기준 감정평가액은 1억 5050만 원이다. 조합원이 84㎡ 타입 새 아파트를 받게 되면 재건축 분담금 2억 3000만 원을 안아야 한다. 여기에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추가 분담금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조합원 분양가는 5억~6억 원이 된다.

조합원 이 모(43·북부동) 씨는 “2022년 공사 도급 본계약 때 이주 완료 시까지만 공사비 인상이 가능하다고 서로 합의했다. 조합원 이주는 지난해 2월 끝이 나 지금은 공사비를 조율할 단계가 아니다”며 “실효성이 없는 요구를 관행이라고 말하니 가슴을 칠 노릇”이라고 읍소했다.

이 조합원은 또 “일반분양 물량은 59㎡ 타입, 230개 남아 있다. 현재 김해지역은 공급량이 많아 작은 평수 아파트를 평당 1500만 원 이상 받기 어렵다”며 “최근 준공된 주변 아파트와 비교해도 100만 원 이상 높다. 결국 조합원이 아파트를 더 비싸게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 외동주공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 현장 모습. 이경민 기자 ‘김해 외동주공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 현장 모습. 이경민 기자

김해 외동주공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은 1988~1990년 준공된 아파트 21개 동 920세대를 철거하고 ‘김해 드메인 데시앙’ 1135세대를 짓는 김해지역 최초의 재건축 사업이다. 조합은 2018년 9월 설립 인가를 받고 그해 12월 시공사를 태영건설로 선정했다. 태영건설은 2027년 초 입주를 목표로 지난달 15일 착공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잡음이 일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착공을 앞두고 태영건설 재정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소문이 돌면서부터다. 조합은 당시 태영건설에 사실관계 여부를 확인했으나 건재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착공 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소문은 현실이 됐다.

조합 측은 다음 달 중 총회를 열고 시공사 재신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배수환 조합장은 “태영건설에 총회 전 적정 공사비와 조합원 불안감 해소 방안 등을 담은 최종 제안서를 달라고 했다”며 “총회 책자에 태영건설이 제시한 공사비를 기재해 배포하고 조합원이 동의하지 않으면 시공사를 변경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배 조합장은 “우선 태영건설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고 조합이 만족할 만한 새로운 제안을 해주길 바란다”며 “건설사를 바꾸면 공기가 길어지는데, 한 달에 감당하는 이자만 5억 원”이라며 “서울 둔촌주공과 같이 조합원이 피해를 떠안는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조합 측은 오는 4월 11일 태영건설의 채권단 최종 결정이 예정된 만큼 워크아웃이 원활하게 진행이 되지 않을 상황에 대비해 확약서도 받기로 했다. 확약서에는 불발 시 별다른 요구 없이 시공사 지위에서 물러난다는 조건이 담길 예정이다.

태영건설 측은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인터뷰를 금지했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