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풍요 속 빈곤, 웹툰
요즘 콘텐츠 업계에선 ‘웹툰 원작 드라마는 곧 성공’이라는 말이 공식처럼 통한다. 지난해 8월 공개된 디즈니플러스의 ‘무빙’이 이를 증명했고, 두 달 뒤 선보인 넷플릭스의 ‘이두나’ 역시 그랬다. 요즘엔 tvN의 ‘내 남편과 결혼해 줘’가 화제다.
웹툰 원작 드라마의 성공은 웹툰 스스로 이미 흥행의 저력을 충분히 갖고 있기에 가능하다. 실제 웹툰 산업 매출액은 급성장하고 있다. 2017년 3799억 원이었는데, 2022년 1조 8290억 원을 기록했다. 2023년엔 2조 원 초과가 확실하다. 웹툰 업계는 지금 풍요한 것이다. 그 풍요를 웹툰 작가들도 누리고 있을까. 그런 작가가 없지는 않다. ‘네이버 웹툰’은 국내 작가 700여 명의 2021년 평균 수익이 2억 8000만 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해에 124억 원을 번 작가도 있다고 했다. 입이 쩍 벌어지는 수준이다.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의 자료는 다른 걸 암시한다. 2022년 ‘1년 내내 연재한’ 웹툰 작가의 연평균 수입이 9840만 원으로, 전년 대비 2030만 원 줄었다는 게다. 업계 매출은 급증하는데 작가의 수입은 주는 기현상이라 하겠다. ‘9840만 원? 대기업보다 나은데?’라고 느낄 수 있을 테다. 하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다.
현재 국내 웹툰 작가는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의 공식 자료상으로도 1만 명이 넘는다. 실제 활동하는 작가는 그보다 훨씬 많을 테고, 데뷔를 기다리는 예비 작가까지 합하면 그 수는 짐작조차 어렵다. 이 가운데 웹툰 플랫폼에 연재할 기회를 한 번이라도 얻은 작가는 1000명에 1명꼴이라고 한다. 그런데 1년 내내 연재라니! 대다수 작가들은 수입 자체를 내기 힘들다. 성공 신화는 말 그대로 신화일 뿐이다.
열악한 노동환경도 오랫동안 지적된 터다. 웹툰 작가들은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작업한다. 연재 압박에 따른 스트레스도 심하다. 그렇다 보니 웹툰 신인 작가에겐 암 보험부터 권한다는, 시쳇말로 웃픈 일이 벌어진다.
정부가 23일 ‘웹툰 산업 발전 방향’을 발표했다. 웹툰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게 요지다. 반가운 일이나, 지원이 외형적 성장에 가려진 웹툰 세계의 어두운 이면까지 밝게 비추지는 못하는 듯해 아쉽다. 산업 자체는 풍요를 구가하는데 정작 그 풍요를 이끈 작가들은 대부분 빈곤에 시달린다? 이 모순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기대하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서 웹툰의 가능성은 조기에 고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