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블랙리스트 파장에 의협 “중단 당부” 정부 “수사 의뢰”
‘감사한 의사 명단’ 홈페이지
응급실 의사 이름 등 정보 공개
대통령실, 엄정 대응 입장 밝혀
경찰은 스토킹 혐의 적용 검토
의협 “사태 해결에 도움 안 돼”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 명단과 개인 정보가 포함된 ‘응급실 블랙리스트’ 유포 이후 대통령실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응급실 의사 명단마저 유포되자 ‘의사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처음으로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유감을 표시했다.
10일 오후 응급의료 일일 브리핑에서 보건복지부 정윤순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일부 학생 사이트에서 진료에 헌신하고 있는 의사의 명단을 공개하여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을 위축시키고 복귀 여부를 고민하는 의사들의 근무 의욕을 꺾고 있다”며 “정부는 이들에 대해 수사 의뢰하고 수사기관과 협조해 엄단할 방침이지만 의료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소위 ‘응급실 블랙리스트’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의사들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아카이브 형식의 사이트 ‘감사한 의사 명단’ 홈페이지에는 ‘응급실 부역’이라는 이름으로 응급실 운영 병원의 근무 인원과 명단이 올라왔다.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 이름부터 가족 이름, 직업, 전화번호, 외모 등 개인 정보까지 포함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의사 블랙리스트’는 의정 갈등 이후 여러 차례 명단이 공개되며 파장을 일으켰다. 이전에는 정부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정도였지만, 이번에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 군의관 명단까지 떠돌자 의협이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자제를 촉구했다.
의협은 ‘감사한 의사 명단 작성·유포 유감… 회원들에 중단 당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의료계 내 갈등이 불거지고 국민들께 우려를 끼친 것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명단을 작성한 회원들의 절박함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서로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공격하고 비난하며 동료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의협은 또 “의료계 내부 갈등은 현 의료 대란 사태를 유발한 정부의 오판을 초래해 사태 해결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각별히 유념해 명단 작성·유포를 중단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수사 의뢰에 따라 경찰은 ‘감사한 의사 명단’ 홈페이지와 관련해 명예훼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함께 스토킹 혐의 적용도 검토 중이다. 온라인에 개인 정보가 유포되면서 의사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데다, 올 1월부터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 개인 정보를 온라인에 배포하거나 게시하는 행위도 스토킹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응급실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새로운 정책을 발표했다. 전국 총 136개 지역응급의료센터 중 15개 내외를 거점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하고 심정지, 뇌출혈 등 중증 응급환자를 우선 수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거점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선정된 의료기관은 권역응급의료센터 수준의 건강보험 수가를 산정한다.
또 응급의료센터가 충분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의사 160명, 간호사 240명 등 의료진 총 400명의 인건비를 지원이 필요한 의료기관에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들의 한 달 인건비 약 37억 원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부산시는 11일부터 25일까지 2주 동안 추석 연휴 비상 응급 대응 주간으로 지정하고,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급 응급의료기관 29곳에 전담 책임관을 지정해 현장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시는 추석 연휴 28곳의 응급실을 24시간 운영하도록 하고, 보건소 16곳도 진료에 나선다고 밝혔다. 부산공공성연대, 사회복지연대 등 7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응급의료 위기에 대한 부산시의 대책을 촉구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