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미 소비자물가 ‘깜짝 상승’… 금리 인하 물 건너가나
7개월 만에 3%대로 다시 올라
AI 확산에 계란 값 15% 급등
연준 금리 인하에 제동 전망
관세 정책에 추가 상승 우려
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개월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물가가 안정되지 않고 다시 오르는 상황이 발생하자 시장에서는 올해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를 접는 모습이었다. 후보 시절 ‘내가 이기면 첫날부터 즉시 물가를 낮출 것’이라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인플레이션 상승”이라고 책임을 다른데 돌렸다.
12일(현지 시간) 미 노동부는 1월 미국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3.0% 상승했다고 밝혔다. 한달 전과 비교해선 0.5%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다시 올라선 것은 지난해 6월(3.0%)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를 0.1~0.2%포인트 웃돌았다.
물가를 구성하는 품목 중 기름값 등 에너지 가격이 한달 전보다 1.1% 올라 1월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식품 가격도 한달 전보다 0.4% 올랐다. 식품 가격 중에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계란 가격이 한달 만에 15.2% 오르며 급등세를 지속했다. 이같은 계란 가격 상승세는 2015년 6월 이후 가장 높았다. 1년 전과 비교해서는 52% 올랐다.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3.3%, 한달 전보다 0.4% 각각 상승했다. 근원물가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지표로, 물가의 근원적인 흐름을 보여준다.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 밖으로 높게 나오면서 연방준비제도가 당분간 금리 인하를 중단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연내 금리를 동결하거나 한 차례만 인하할 확률을 69%로 반영했다. 하루 전의 57%보다 더 올랐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물가 발표후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라며 “이같은 결과가 몇 달간 이어진다면 연준의 임무가 아직 완수되지 않았다는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미국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4.25~4.50%로 동결하거나 0.25%P 한번만 인하하면 한국은행도 금리를 쉽게 내릴 수 없게 된다. 자칫 올해 내내 현 수준(3.0%)의 금리가 계속 유지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관세정책이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10% 추가 관세에 이어 다음 달 철강·알루미늄 25% 관세도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 상호 관세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후보 시절 “내가 이기면 첫날부터 즉시 물가를 낮출 것”이라면서 원유 생산을 늘려 물가를 잡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정부 출범 후 식료품 물가 등이 내려갈 가능성을 낮게 보기 시작했으며, 관세 공약이 물가상승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모두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나쁘다”라면서 “전임 정부가 미국 경제가 진짜 어디에 있었는지에 대해 투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기준금리 인하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의장을 겨냥해 이날 “금리를 내려야 한다”면서 “이는 다가올 관세와 함께 진행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