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이들이 차별 없이 기회 얻는 사회 만들고 싶어” 이수경 초록우산 부울경권역총괄본부장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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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최초 사무총장·부회장 역임
7년 만에 고향 부산으로 돌아와
아이리더 사업 지원 대상 확대 계획

초록우산 이수경 부울경권역총괄본부장은 초록우산 이수경 부울경권역총괄본부장은 "아이들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차별 없이 기회를 얻고, 원하는 것을 최대한 누리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초록우산 제공

“7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오게 돼 감회가 남다릅니다. 재단에 입사한 지 올해로 33년이 되었는데, 부산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곳이죠. 사회복지사로서 가장 치열한 시간을 보내며 새로운 사업도 많이 시도했던 가장 의미 있고 편안한 곳입니다.”

초록우산 이수경 부울경권역총괄본부장은 조직에서 ‘최초’ 타이틀을 여럿 갖고 있다. 2013년 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부산지역본부장을 지낸 그는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초록우산 서울본부에서 ‘여성 최초’ 사무총장과 ‘여성 최초’ 부회장을 역임했다. 지난 1월 부울경권역총괄본부장으로 취임하며 부산으로 왔다.

“부산, 울산, 경남을 총괄하며 조직의 미션과 비전에 맞춰 권역 내에서 아동복지 사업과 모금 전략을 기획하고 지역본부 간 시너지를 창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지역본부 간 협업을 촉진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이 있다면 적극 협력해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꿈을 키우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이 본부장은 올해 5대 중점사업으로 인재양성, 가족돌봄아동 지원, 위기영아 지원, 이주배경아동 지원, 보호아동(자립준비청년) 지원을 꼽았다.

“부산은 인재 양성사업인 아이리더사업이 매우 특화되어 있습니다. 제가 2008년 동구 수정동에서 시작했던 ‘초록우산 아이리더’는 17년을 이어오며 현재 전국에 1500여 명의 아이리더를 지원하는 재단의 대표사업이 되었습니다. 아이리더를 통해 수많은 아이가 꿈을 펼치는 과정을 함께 해왔습니다. 많은 후원자가 가능성을 믿고 기회를 준다면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얻었습니다.”

그는 아이리더 사업의 지원 대상을 마이스터고 해양, 조선 기술인재, 관광인재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이리더 가운데 잘 성장해서 변호사, 의사, IT전문가, 교사, 음악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졸업생들이 나오고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아이 리더스 클럽’을 만들어 후배들의 멘토와 후원자가 되는 ‘복지의 선순환 모델’을 만들 생각이다. ‘부산의 인재는 부산이 키운다’라는 슬로건을 더욱 탄탄히 하겠다는 것이다.

“아이들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들어야 그들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 아이들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차별 없이 기회를 얻고, 원하는 것을 최대한 누리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이를 위해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새 사업을 더 만들 계획입니다.”

평소 나눔 현장을 많이 접하는 그가 나눔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한 아이를 어려움에서 건져내면 그 아이는 또 다른 아이를 어려움에서 건져내는 동력이 된니다. 한 아이를 돕는 것은 그 가족을 돕는 것이고 나아가 지역사회를 돕는 것입니다. 결국 나눔은 우리 모두의 삶과 연결된 것 같습니다. ‘나눔은 아이들을 일으키고, 나를 일으키고, 세상을 일으킵니다’라는 어떤 후원자의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는 사회복지가 유행처럼 단기적인 성과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상이 안타깝다고 했다. 한 사업에 전폭적인 지원이 집중됐다가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닌데도 또 다른 이슈가 발생하면 모든 자원이 한 분야에만 집중되고 옮겨 간다는 것이다. 유행을 좇지 않고, 아이들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 생애주기에 맞는 울타리가 되어주기 위해 좀 더 일관성 있고 체계적인 계획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초록우산이 올해 77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그 긴 여정을 저희 힘으로 걸어온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후원자님이 계셨기에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고 희망을 주었고, 지금의 초록우산이 있게 됐습니다.”

이 본부장은 1992년 초록우산에 입사해 부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동구 수정동의 아이들을 만나며 사회복지사로 꿈을 이뤘다. 2013년 부산지역본부장으로 부임하며 전국 최초로 고액기부자모임인 ‘그린노블클럽’으로만 구성된 부산후원회를 만들었다. ‘가난한 아이도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 ‘초록우산 아이리더’ 사업을 기획했으며, 그 공로로 2024년 아동복지유공자 ‘국민포장’을 받았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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