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차기 총리에 ‘경제통’ 정치 신인 마크 카니 선택
자유당 대표 선거서 85.9% 득표
캐나다·영국 중앙은행 총재 역임
미국발 ‘관세 전쟁’ 대응 적임자
“우리 존중할 때까지 보복 관세”
9일(현지 시간) 캐나다 총리로 취임할 예정인 자유당 마크 카니 신임 대표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미국과 ‘관세 전쟁’ 중인 캐나다가 집권 여당 자유당의 당 대표로 ‘경제통’ 마크 카니(59) 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를 선출했다. 카니 신임 자유당 대표는 조만간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뒤를 이은 차기 총리로 취임할 예정이다.
9일(현지 시간) 발표한 캐나다 자유당 당 대표 선거 결과 카니 전 총재는 85.9%의 압도적인 당원 지지를 등에 업고 당 대표에 올랐다.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전 부총리 겸 재무장관, 카리나 굴드 전 하원 의장, 프랭크 베일리스 전 하원의원을 누른 결과다.
캐나다의 경우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한 당이나 연립내각을 구성하는 최다 의석 정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 만큼, 카니 당 대표는 곧 24번째 캐나다 총리로 취임하게 된다. 자유당은 현재 연립내각을 구성한 최다 의석 정당이다.
■차기 총리 카니는 누구
카니 신임 대표는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2008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2013년 외국인 최초로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 총재에 오른 경제통이다. 카니 대표는 비정치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캐나다 총리직에 오를 예정이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전 세계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로서 경제 위기를 극복했고, 2013년에는 영란은행의 강력한 요청으로 연봉 3배를 받고 취임한 첫 외국인 총재로서 화제를 모았다. 이후 2020년까지 영란은행 총재를 맡으면서 영국이 유럽연합에 탈퇴한 브렉시트 사태에 잘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외에도 UN 기후 행동 특별 대사, 금융기업인 브룩필드 자산운용 회장 등을 역임했다.
카니 신임 대표는 정치 경험이 별로 없지만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당대표로 선출됐는데, 미국이 시작한 ‘관세 전쟁’을 극복할 적임자라는 시각이 컸기 때문이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 뉴스에 따르면 카니 신임 대표는 ‘변화’를 핵심 키워드로, ‘캐나다를 강하게’(Canada Strong)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이번 주 중 캐나다 총리로 취임 예정이다.
■첫 연설서 “보복 관세 유지”
카니 신임 대표는 당선 이후 첫 연설에서 캐나다 차기 행정부에서도 미국에 대한 보복 관세 조치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카니 대표는 “우리의 경제를 약화하려 시도하는 누군가가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는 우리가 만드는 것, 우리가 파는 것, 우리가 생계를 유지하는 방식에 부당한 관세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어 “캐나다 정부는 정당하게 보복 조치를 했으며, 우리의 관세는 미국의 충격은 극대화하고 캐나다의 충격은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며 “미국이 우리에게 존중을 모여줄 때까지 우리의 관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니 신임 대표의 선출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합병하겠다고 도발한 데 대해 자존심이 상한 캐나다인들이 새로운 정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점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카니 대표는 “미국은 캐나다가 아니다”라며 “캐나다는 절대로 어떤 방식으로든, 어떤 형태로든, 어떤 형식으로든 미국 일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나다 선거법에 따라 정기 총선이 오는 10월 예정되어 있고, 카니 대표가 선거 당시 조기 총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만큼 조기 총선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빠르면 4월 말이나 5월 초 선거를 할 가능성이 큰데, 총리로서 첫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