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 '숙박세'로 거둔 자체 세금만 연간 225억 원 [다시, 지방분권]
⑫ 조세 분권 해외 사례
국회 거치지 않고 조례 통해 도입
국제 관광 도시 경쟁력 강화 투입
美 지자체 세제 통해 기업도 유치
지역 격차 해소 ‘재정력 조정’ 효과
지방세법 개정·과감한 이양 절실
일본 오사카부는 2017년 법정외 목적세인 숙박세를 신설했다. 사진은 지난 2월 일본 오사카부 오사카시 도톤보리 일대에 관광객들이 몰려 있는 모습. 김동우 기자 friend@
일본 오사카부는 2017년 조례 하나로 숙박세를 만들었다. 국회를 거치지 않고도 지역 실정에 맞는 세금을 스스로 설계한 것이다. 반면 부산은 ‘부산병’이라는 신조어가 번질 만큼 역대급 관광 특수를 누리고 있지만, 숙박세 하나 스스로 만들 수 없어 그 열기가 지역 살림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나란히 ‘제2의 도시’로 불리는 항구·관광 도시인데 세금을 결정할 권한의 격차가 두 도시의 미래를 가르고 있다. 미국·일본·독일 등 주요국은 이미 지역에 과세권을 쥐여 주고 도시 간 경쟁과 성장을 끌어내고 있다.
■독자적 세금으로 경쟁하는 지역들
조세 분권이 가장 폭넓게 구현된 나라는 미국이다. 50개 주와 약 9만 개에 이르는 지자체·특별자치구가 독자적인 과세권을 갖는다. 연방정부는 연방세를, 주정부는 주세를, 시·카운티·특별자치구는 각자의 지방세를 걷는 다층 구조다.
주마다, 도시마다 세율이 다르다 보니 각 지역은 세제를 무기로 인구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한다. 세금을 낮춰 기업을 불러들일지, 세금을 더 걷어 교육과 인프라에 투자할지도 지역이 스스로 선택한다.
일본도 기존 세목에 지자체가 별도의 세율을 정할 수 있도록 했고, 법률에 없는 세금인 ‘법정외세’를 신설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중앙정부와의 협의만 거치면 지방의회가 조례로 지역 특성에 맞는 새로운 세금을 만들 수 있다.
오사카부가 2017년 법정외 목적세로 도입한 숙박세가 대표적인 사례다. 숙박 요금에 따라 1인당 200~500엔이 추가로 부과되는 방식이다. 오사카부가 거둔 숙박세는 2024년 기준 연간 약 25억 엔(약 225억 5000만 원) 수준인데 세율 조정에 따라 향후 80억 엔(약 725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오사카부는 이렇게 걷은 세금을 관광객 수용 환경 정비와 도시 매력 향상, 국내외 홍보 등에 다시 투자하며 ‘국제 관광 도시’라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동아대학교 김형빈 행정학과 교수는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중앙에서 재정 권한을 틀어쥐고 지역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이런 방식은 지방분권에 한계로 작용한다”며 “결국 지역에 세금 제정 권한을 부여하는 지방세법 개정 등 정부의 과감한 판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지역 격차 막는 독일 재정력 조정 제도
조세 분권에 따라 지역 간 격차가 심화하리라는 우려도 있다. 독일은 이에 대한 보완 장치로 부유한 주가 가난한 주를 지원하는 ‘재정력 조정 제도’를 운영한다. 재정력이 강한 주의 세수 일부를 약한 주에 이전해 전국 어디서나 비슷한 수준의 행정 서비스를 보장하자는 취지다. 지난해에만 200억 유로(약 33조 원)가 주 사이에 오갔고, 이 가운데 60%를 바이에른주가 부담했다.
바이에른주의 반전은 주목할 대목이다. 바이에른주는 1986년까지만 해도 다른 주의 지원을 받던 곳이었다. 하지만 바이에른주는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을 육성한 끝에 지난해 GDP 약 8242억 유로(약 1250조 원)를 창출하는 독일 최대 기여주로 올라섰다.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역도 조세 분권과 보완 정책이 결합되면 ‘이끄는’ 지역으로 바뀔 수 있다는 자치와 성장의 상관관계를 입증한 사례다.
■돈 아닌 권한 보장이 먼저
권한 없는 재정 지원만으로는 지방 소멸을 막기 어렵다는 사실은 일본이 먼저 보여줬다. 일본은 2014년 지방 소멸 위기를 경고한 ‘마스다 보고서’를 계기로 범국가 차원의 ‘지방 창생’ 정책을 추진해 왔다. 지자체가 청년 정주 지원, 지역 특화 사업 등을 제안하면 정부가 심사를 거쳐 교부금을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 수도권 외 지자체 610곳에서 인구가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계도 뚜렷했다. 늘어난 인구 대부분이 출생이 아닌 외부 유입이었고, 청년층의 수도권 전입 행렬은 멈추지 않았다. 정부가 교부금을 배분하는 방식만으로는 지역의 자생력을 키우지 못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부산경실련 도한영 사무처장은 “결국 근본적으로 지역의 자생력을 키우려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조정해 지역에 더 많은 재원을 보장하고, 조세 권한도 지역에 적극적으로 이양해야 한다”며 “행정 통합 논의와 맞물려 지역 간 형평성 문제가 벌어지지 않도록 모든 광역자치단체에 동등한 재정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