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덮친 거제 아파트…위험도 1급에도 관리지역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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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 최환석 기자 ch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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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산사태정보시스템 위험도
사고 단지 인근 야산 ‘1등급’ 불구
취약지역·붕괴위험 관리지역 제외

거제시 전체 면적 70% 가량 산지
지역 아파트 3채 중 1채 위험 노출
전문가 “시스템 근본적 개선 필요”

지난 17일 오전 4시 40분께 발생한 산사태로 2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50대 여성과 60대 남성이 크게 다친 옥포동 아파트는 아직 복구 작업을 시작하지 못한 채 사고 당시 처참했던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뒤편 야산 붕괴로 상당량의 토사가 덮친 104동 모습. 김민진 기자 지난 17일 오전 4시 40분께 발생한 산사태로 2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50대 여성과 60대 남성이 크게 다친 옥포동 아파트는 아직 복구 작업을 시작하지 못한 채 사고 당시 처참했던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뒤편 야산 붕괴로 상당량의 토사가 덮친 104동 모습. 김민진 기자

광복절 연휴 쏟아진 극한 호우에 산사태가 덮쳐 1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친 경남 거제시 옥포동 아파트 주변 산지 일부가 산사태 위험도 1급지로 분류됐지만 정작 지자체 관리지역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산지가 대부분인 지형적 특성 탓에 지역 내 아파트 상당수가 잠재적 위험에 노출된 만큼 이에 맞는 새로운 안전 관리 체계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3명의 사상자를 낸 거제 A 아파트 뒤 야산 산사태 발생 지점 주변에 산림청 산사태 위험지도상 1등급지가 다수 분포해 있다. 산사태 위험지도는 지형, 토양, 강우량 등 환경 요인과 과거 이력 등을 토대로 발생 가능성을 예측해 위험 정도를 시각화했다. 100㎡ 격자 단위로 분석해 5단계로 나눈다. A 아파트 인근의 경우 격자 기준으로 8개 블록, 면적으로 따지면 800㎡가 1등급이다.

산림청 산사태정보시스템 위험지도. 가운데 파란색 점이 이번에 산사태로 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아파트 단지다. 인접한 산지 중 일부가 위험도 1등급인 빨간색으로 표시돼 있다. 산림청 제공 산림청 산사태정보시스템 위험지도. 가운데 파란색 점이 이번에 산사태로 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아파트 단지다. 인접한 산지 중 일부가 위험도 1등급인 빨간색으로 표시돼 있다. 산림청 제공

그런데 위험 관리 근거가 되는 취약지역에는 제외됐다. 취약지역은 집중호우, 태풍 등 수해로 인한 산사태 가능성을 예상해 집중 관리하는 제도다.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를 계기로 도입됐다. 산림청 기초조사를 토대로 관할 지방자치단체 현장 실태조사와 전문가 검증을 거쳐 지역 위험도를 1~4등급으로 나눈 뒤 1, 2등급에 포함되면 해당 자치단체장이 지정 고시한다. 취약지역 주변에는 주민 대피소가 마련 지정되고 각종 안내판도 설치한다. 또 수시·정기 점검 시 우선 관리 대상이 된다. 반면, 옥포동 아파트 인근의 경우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게 거제시 설명이다. 지자체가 지정·관리하는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제도도 있지만 같은 이유로 배제됐다.

문제는 거제 지역 아파트 상당수가 옥포동 사고 아파트와 환경적 상황이 유사하다는 점이다. 거제는 전체 면적의 70%가 경사가 가파른 산지다. 이 때문에 신축 아파트 대부분이 경사면을 절개하거나 개간해 건립되고 있다. 집중호우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관내 60세대 이상 226개 단지 중 최소 20곳 이상이 산비탈을 마주하고 있다. 10곳 중 1곳꼴이다.

지난해 8월 폭우에 거제시 상동동 한 아파트 단지 옹벽 일부가 무너져 입주민 59명이 대피했다. 부산일보DB 지난해 8월 폭우에 거제시 상동동 한 아파트 단지 옹벽 일부가 무너져 입주민 59명이 대피했다. 부산일보DB

실제 A 아파트처럼 산 중턱에 들어선 사곡면 B 아파트의 경우, 2020년 9월 태풍 ‘하이선’이 몰고 온 비구름에 200mm에 가까운 강한 비가 쏟아지자 절개지에 쌓은 옹벽이 붕괴하며 수백t에 달하는 토사가 단지에 쏟아졌다. 같은 날 상문동 C 아파트에서도 단지 뒤 15m 높이 비탈면이 무너지며 산사태가 발생했다. 지난해 8월엔 상동동 D 아파트 단지 진출입로를 지탱하던 옹벽이 붕괴됐다. 다행히 3곳 모두 인명 피해가 발생하진 않았다.

전문가들은 예측 시스템에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현 체계는 예측보다는 복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관리 주체도 제각각이고 예측 신뢰성도 떨어지는 탓에 대부분의 인명 피해는 관리 외 지역에서 발생한다”고 짚었다.

핵심은 ‘인위적 개발 요소’다. 산사태 취약지역 조사 평가표를 보면 △대상 지역 경사 길이와 경사도 △사면형 △임상 △모암 등 자연 요소 중심으로 기준이 설정돼 있다. 개발 등 인위적 요소는 현장평가 항목 18개 중 1개에 불과하다. 이 전 교수는 “사람이 건드리면 위험도가 3등급에서 1등급까지 단숨에 오르는 게 산사태”라며 “당장 실태 파악이 시급한 곳이 전국에 전국 약 100만 곳이다. 정부주도로 진행하면 50년 이상이 걸리는 데다, 잦은 기상이변에 대응하기도 어려운 만큼, 주민 참여 방식을 병행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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