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극항로 시범운항, 해양수도권 도약 이정표 세우길
미지의 바닷길 상용화 실증에 성패
시행착오 극복 통해 경쟁력 키워야
22일 북극항로 시범 운항에 나서는 ‘팬스타 아크로(Panstar Acro)’호가 19일 오전 선용품을 싣기 위해 부산항 북항 자성대부두로 입항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정부 국정과제인 북극항로 개척의 대장정이 시작된다. 시범운항 사업자인 팬스타라인닷컴은 부산항 북항에 팬스타 아크로호를 입항시켜 22일 첫 뱃고동을 울릴 준비를 끝냈다. 러시아 연안 통과 허가와 국제 제재, 북위 70도 이상 항해 시 추가 보험료 등 숱한 난관을 거쳐 성사된 항해라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다만 지금은 완성된 항로를 오가는 정기선이 아니라 미지의 바닷길을 시험하는 단계다. 해수부와 부산시가 출항 전 자축 행사를 자제한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가보지 않은 길인 만큼 어려움이 따르고, 기대만큼 성과를 낸다는 보장도 없다. 축포는 귀환 뒤로 미루고, 차분하고 신중한 자세로 도전에 임해야 한다.
왕복 45일간의 북극항로 항해에는 해빙과 기상 악화, 항로 통제 등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이와 관련, 아크로호에는 수온·기온·풍속 측정 센서가 설치됐고 폴라 코드(극지 안전 기준)를 충족하기 위한 보완도 이뤄졌다. 이번 항해의 의의는 북극해를 거쳐 유럽을 단순히 왕복하는 데 있지 않다. 극지의 바닷길에서 상업용 컨테이너선의 물류를 실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크로호는 북극항로의 가능성과 한계를 객관적으로 보여 줄 데이터와 경험을 싣고 귀환해야 한다. 실제 항해 중 기상 변화와 해빙 상태, 운항 시간과 연료 소비량, 안전에 관한 자료가 중요하다. 위험과 기회 요인을 낱낱이 분석해야 상용화 가능성을 따질 수 있다.
경제성 검증은 더욱 엄중하다. 화물 확보는 상용화를 위해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다. 출항 화물뿐만 아니라 귀환 때 유럽발 부산행 화물을 확보하지 못하면 운항 거리와 시간이 단축되더라도 사업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북극항로는 단순히 수에즈항로보다 짧다는 이유만으로 경쟁력을 얻는 길이 아니다. 친환경 연료 사용에 따른 비용과 보험료, 러시아 통행료, 기항지 선택, 화물 확보까지 맞물려야 비로소 상업 항로가 될 수 있다. 상용화 실증에 북극항로의 성패가 달려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북극의 현실에 부딪히고 경험을 축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경제성을 확보하는 도전을 통과해야 부산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북극항로 첫 출항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후속 항해로 이어질 이정표에 가깝다. 가보지 않은 길에 나서는 일은 실패까지 감수할 때 의미를 얻고, 도전이 축적될 때 북극항로도 끝내 부산의 미래 항로가 될 수 있다. 지금 아크로호 앞에 검증되지 않은 미지의 바닷길이 펼쳐져 있다. 그러나 한 척의 배가 남긴 항적이 쌓이면 길이 되고, 그 길에 물류와 산업이 모이면 새로운 경제권이 된다. 북극항로 개척과 부산 중심의 해양경제권 구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항만·물류·조선·금융·연구가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북극항로의 경제적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 22일 울릴 첫 뱃고동이 부산 중심 해양수도권 도약의 출발 신호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