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외환보유액 순위 25년 만 돌연 삭제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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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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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5년 넘게 공개해오던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순위를 돌연 삭제해 논란이다. 대외건전성과 무관한 외환보유액 순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겠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지만, 외환위기 이후 계속됐던 정보 공개를 갑자기 하지 않기로 한 만큼 파장이 클 전망이다.

3일 한은에 따르면 한은 국제국은 이날 발표한 ‘8월 말 외환보유액’ 보도자료에서 그동안 매달 제공해온 국가별 외환보유액 순위 자료를 임의로 삭제했다. 한은이 월별 자료에서 우리나라 세계 순위를 별도 항목으로 제시하지 않은 것은 2001년 2월 말 이후 25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2001년 당시 한은은 외환보유액 세계 1∼10위 국가명과 규모를 처음 수록했으며, 이후 지난달까지 배포 자료 말미에 전월 말 기준 주요국 외환보유액 규모와 함께 우리나라 순위를 공개해왔다.

한은은 이번에 이 항목을 전격적으로 제외하면서 자료 본문이나 별도의 설명자료, 브리핑 등을 통해 변경 사실이나 배경을 알리지도 않았다. 외환보유액은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대외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인식돼왔고, 한은은 오랜 기간 주요국과의 비교 자료를 정례적으로 제공하며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해왔다.

앞으로는 외환보유액 순위를 파악하려면 국제통화기금(IMF)이 제공하는 기초 자료나 각국 중앙은행 통계를 일일이 찾아 비교해야 하는 불편이 생겼다. 한은은 이날 비판이 제기되자 뒤늦게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외환보유액 순위는 이미 공개된 자료로 통계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조회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요국 중 대만의 외환보유액은 IMF 통계에 포함되지 않고, 독일 등 일부 국가 수치는 시차를 두고 늦게 통계에 반영되는 등 일반 국민이 한눈에 순위를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이번 결정을 두고 신현송 한은 총재가 강조해온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에 배치되는 결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은은 최근 외환보유액 순위 변동 폭이 확대되자 내부적으로 공개 실익을 재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순위는 작년 말까지 세계 9위를 유지했으나 올해 1월 10위, 2월 12위로 하락했다. 지난 5월 말에는 13위까지 밀렸다가 6월 말 다시 10위로 세 계단 뛰었다.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외환보유액을 대규모로 헐어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선 것이 일시적 순위 하락 요인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대외 건전성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데도 환율 변동이나 금 시세 등에 따라 순위가 크게 오르내리면서 불필요한 해석을 낳을 수 있다는 게 한은 판단으로 전해졌다. 보도 참고자료에서도 "외환보유액 국제 순위는 국가별 경제 규모와 대외 포지션의 이질성 등을 전혀 통제하지 않은 단순 비교 통계"라며 "분석적 가치가 미미하다"고 언급했다.


8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422억 8000만 달러로, 7월 말(4279억 5000만 달러)보다 143억 3000만 달러 급증했다. 이는 역대 최대 증가 폭으로, 종전 최대는 2009년 5월의 142억 9000만 달러였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6월부터 석 달 연속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기관 외화예수금이 크게 늘어난 데다 운용수익과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달러 환산액 증가 등이 더해지며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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