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일보 창간 80주년, 부울경 해양수도권 함께 간다
거꾸로 펼친 세계지도처럼 발상 전환
동남권 의기투합 해양강국 이끌어야
100년 여는 '바다 시대' 동행의 다짐
창간호 거꾸로 세계지도.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일보〉가 창간 80돌을 맞았다. 1946년 9월 10일, 해방의 기쁨과 혼란이 소용돌이치던 시절 ‘진실을 공평히 보도한다’, ‘평론은 중정을 관철한다’를 사시로 내걸고 첫 지면을 펼친 이래 변하지 않은 것은 지역과 시민의 편에 서는 보도 정신이었다. 부산·울산·경남을 기록하고 대변한 지면에는 전쟁의 상처, 산업화와 민주화의 열정, 자치분권의 열망이 생생하게 새겨져 있다.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김주열 열사 보도처럼 권력에 굴하지 않은 정론은 때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었다. 부울경은 대한민국 산업화와 민주화의 심장부였고, 그 중심에는 지역의 삶을 옆에서 지켜본 기록자 〈부산일보〉가 있었다. 부산의 항만과 신발 산업, 울산의 중화학 공업과 에너지, 경남의 조선과 기계 산업이 대한민국 경제를 일으켜 세운 장대한 역사도 지령 2만 4848호에 이르는 〈부산일보〉 지면 위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2026년은 부산항 개항 150주년의 해다. 부산항은 대한민국이 세계와 만나는 문이었다. 배가 드나들던 항만은 물류의 현장이었고, 산업의 출발점이었으며, 부산을 제2도시로 키우는 성장 엔진이었다. 이제 그 바다가 묻고 있다. 항만도시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대한민국의 해양수도로 도약할 것인가.
지금 부울경은 거대한 전환의 도전에 맞닥뜨려 있다. 피란수도에서 해양수도로. 부산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을 해양수도권으로 도약시키는 국가 대역사가 용틀임하고 있다. 부울경을 하나의 바다로 잇고, 동남권을 대한민국의 새 성장축으로 세우는 데 지역뿐만 아니라 국가의 미래가 걸려 있다.
해양수도를 여는 발상의 전환은 거꾸로 펼친 세계지도에 있다. 세계의 위아래를 바꿔 놓고 보면 변방처럼 보이던 바다가 중심이 되고, 끝이라고 여겼던 남쪽이 세계로 향하는 앞자리가 된다. 부산의 시선 역시 그러해야 한다. 수도권의 시선으로 내려다본 지역이 아니라, 바다의 시선으로 세계를 향해 뻗어 나가는 해양수도 부산을 보아야 한다.
해양수산부 이전과 HMM을 비롯한 해운기업 본사 이전, 북극항로 시범 운항은 해양수도권의 문을 여는 첫걸음이다. 이러한 시도가 성공하려면 부울경의 의기투합과 치밀한 실행 계획이 필수다. 산하 공공기관 이전, 동남투자공사 설립, 해사법원 설치, 해양 금융과 물류, 조선·에너지·제조 산업의 연계가 맞물려야 한다. 시민이 체감하는 일자리와 기업 투자, 청년이 머물 수 있는 산업 생태계, 지역 경제로 이어지는 실질적 효과가 뒤따라야 한다.
동남권의 인적·물적 자원이 용광로처럼 녹아들어 혼연일체가 되는 것이 관건이다. 울산의 에너지와 산업 전환 역량, 경남의 조선·항공·기계·제조 기반, 부산의 항만·물류·금융·문화 역량이 해양경제권이라는 공동의 목표 속에 움직여야 한다. 경제적 결속력이 강해질 때 생활권의 공감이 생기고, 그 공감 위에 통합의 길도 열린다.
〈부산일보〉가 창간 80주년의 미래 비전으로 제시한 ‘부울경과 세계를 잇는 초연결 미디어 허브’도 이 흐름 위에 서 있다. TV방송국 개국과 유튜브 활성화를 통해 콘텐츠 형식과 플랫폼을 다변화하면서 신문과 방송, 디지털을 아우르는 ‘종합 미디어 콘텐츠 그룹’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해양수도의 상징성이 큰 북항에 신사옥을 착공하는 것도 ‘바다 시대’ 부산을 선도하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80년을 담다, 100년을 열다.’ 〈부산일보〉의 80주년 슬로건은 더 큰 바다로 나아가겠다는 다짐이다. 그 바다는 부산, 울산, 경남이 함께 헤쳐가는 바다이며, 대한민국이 해양강국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부산일보〉의 100년은 부울경 해양수도권과 함께 간다. 그 미지의 길에서 독자와 시민은 우리의 나침반이고, 지역의 미래는 우리의 항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