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하천 동천으로] 오폐수 배수로 된 부전천 복원, 도심 생태하천 동력
③ 도로에서 다시 물길로
부전·전포·호계천 등 지류 하천
1970 ~ 80년대 산업화 과정 복개
관리 쉽지 않아 동천 자정력 감소
2015년 백지화 부전천 복원사업
전재수 시장 재검토 지시에 탄력
“도시 공간 반영 부분 추진 필요”
최근 부전천 복원이 다시 공론화 하고 있다. 1973년 복개 전 부전천(위)과 4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시내버스 ‘서면복개로 정류장’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대표 도심 하천 동천이 복개 구조물에 갇혀 자정 능력을 잃고 악취와 수질 오염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멈춰 섰던 상류 지류천 복원 사업이 다시 추진 동력을 얻을지 주목된다. 앞서 부산시가 추진한 부전천 복원 사업은 교통 혼잡 등 문제로 무산됐는데, 최근 부산시장의 재검토 지시로 전환점을 맞았다. 전문가는 도심 상권 재편을 결합한 ‘도시재생형 부분 복원’으로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4일 오후 부산진구 시내버스 ‘서면복개로’ 정류장. 부산 대표 상권으로 꼽히는 ‘서면 1번가’에 위치해 있었다. 이름처럼 이 일대는 다양한 상가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선 모습이었다. 이곳 도로 아래에는 동천의 상류 지류 하천이 흐르고 있다. 그러나 복개를 나타내는 흔적은 사실상 ‘서면복개로’라는 정류장 이름이 유일하다.
시민들 역시 이곳이 하천을 덮어 만든 땅이라는 사실을 잘 알지 못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김 모(20) 씨는 “서면은 번화가 이미지가 강해 그 아래 하천이 흐르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류가 사라지면서 물길뿐 아니라 도시와 하천 사이 접점도 끊긴 탓에 복개천은 시민 관심에서도 벗어났다.
부전천과 전포천 등 동천 상류 지류는 1970~1980년대를 거쳐 대부분 복개됐다. 지류 하천인 전포천과 호계천, 가야천은 전 구간 복개됐고, 전포천은 전체 구간 중 89%가 복개됐다. 본류인 동천도 복개율은 58%에 이른다. 이 같은 대규모 복개 사업은 도심 확장에 따른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됐다. 하천이 덮어진 땅에는 동서고가교를 비롯한 도로와 주차장이 들어서 있다.
하천이 콘크리트로 덮이면서 복개천에는 햇빛도 공기도 통하지 않게 됐고, 동천 자정 능력은 크게 떨어졌다. 게다가 도심 복개구간 지하는 오폐수가 흘러드는 배수로 역할을 겸하고 있다. 서면 상권 일대에서 나오는 불법 오수와 생활하수가 부전천·전포천 복개 도로 밑으로 끊임없이 유입되는 구조다.
복개천으로 동천이 병들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부산시는 2015년 복개된 부전천을 다시 여는 ‘복원’ 사업을 추진했다. 도시철도 서면역 7번 출구 인근부터 광무교 인근 동천 합류점까지 약 850m~1.3km 구간에 하천을 복원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당시 예상 사업비는 약 490억 원 규모였다.
그러나 사업은 다양한 이유로 3년 만에 백지화됐다. 우선 복개를 철거하면 서면 도심 내 도로와 주차 공간이 사라져 극심한 교통 혼잡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또 공사 기간 영업 차질 가능성을 제기하며 인근 상인을 중심으로 극심한 반발이 일었다. 게다가 부전천 상류 물길이 말라버린 탓에 실개천을 유지하기 위한 물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었다. 당시 수영하수처리장 재처리수를 끌어와 인공적으로 물을 퍼 올리는 방식이 검토됐지만, 이는 막대한 전기료와 유지관리비 부담을 야기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동천 복원 논의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지난 7월 업무보고에서 비용 부담이 크더라도 복개 구조물을 완전히 걷어내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동천 하천 복원 가능성이 새롭게 열린 것이다. 당시 전 시장은 “교통과 주변 상권 문제 등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생태하천으로 복원했을 때 경제적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전반적으로 검토해달라”고도 당부했다.
그동안 복원 실패 사례를 볼 때 현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도시재생의 틀에서 복원 구간을 선별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하천을 단순히 전면 복원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시민공원부터 서면까지 핵심 구간에 부분 복원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행축·상권 재편과 결합한 현실적인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복원은 도시 이동방식과 공간 구조를 함께 바꾸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경성대 강동진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모든 구간을 복원하기보다는 교통과 상권, 비용, 유지용수 등 현실적인 문제를 충분히 검토해 단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며 "동천 재생에는 시민 인식을 바꿀 전환점이 필요하기 때문에 부전천 일부라도 물길이 다시 드러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수빈·김동우 기자 bysue@busan.com
※ 본 기사는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